북한 정부 수뇌부가 최근 경제발전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투자를 요청하는가 하면, 베트남의 개혁 개방과 관련한 사례를 배우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하노이를 방문하려 한다는 외신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유럽연합 (EU)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북한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들린 유럽연합의 후베르트 피르커 의원은 지난 29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유럽 측에 “투자와 지원, 그리고 기업 간 협력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새삼스런 일은 아닙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달 초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10개항에 걸친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선언에는 서해에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추진, 백두산 직항로, 한강 하구 공동개발, 개성-신의주 간 철도와 고속도로 개보수,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10여개의 경제발전 계획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홍콩의 한 시사주간지는 최신호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직접 보기 위해 조만간 하노이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영윤 박사는 북한은 현재 경제 쪽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경제는 지난 2000년 이래 한국의 도움으로 근근히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1.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경제가 뒷걸음질 쳤습니다. 그 결과 북한주민들은 당장 겨울나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김영윤 박사는 현재 북한 정부 수뇌부가 추진하는 것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개혁 개방’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과 외부에서는 북한이 경제발전을 하려면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와 개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사회주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려 하고 있다고 김 박사는 지적합니다.

한 나라가 경제발전을 하려면 최고 지도자의 굳은 의지, 치밀한 경제개발 계획, 자금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합니다. 한국이 지난 '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도 이 3가지 요인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경우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부족한 형편입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이달 초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서 ‘개혁 개방’이라는 용어에 강한 반감을 보였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도 힘든 판에 ‘개방’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갖는다면 경제발전을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은 지난 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연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1993년 3차 7개년 계획 이래 이렇다 할 경제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전문 경제관료가 주도해야 하는데 북한은 경제에 밝은 관료가 부족한데다 내각보다는 당과 군부가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투자할 자금도 없습니다. 북한이 경제를 발전 시키려면 외국에서 종자돈을  꾸어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외국에 진 빚은 1백억 달러가 넘고 신용도 전세계 2백개 국가 중에 밑바닥입니다. 북한에 돈을 꾸어줄 나라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김영윤 박사는 북한이 경제발전에 성공할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경제발전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본격적인 경제개발로 이어지려면 좀더 강력하고 체계적인 추진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