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200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자, 또는 4자 종전 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란이 한국 정부 내에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의 외교와 안보정책을 총괄하고 실무를 맡은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나서 주목됩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1) 한국 청와대와 외교부가 24일 ‘3자,또는 4자 정상회담’ 문제를 놓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면서요?

답: 네,그렇습니다.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같은 ‘3자,4자 정상회담’ 문제를 놓고 큰 차이가 느껴지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을 끌었습니다.

백종천 안보실장은 24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남북정상회담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제9회 SMI 안보경영포럼 강연을 통해 “남북 정상 선언문에 담긴 3개국,또는 4개국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이제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평화협정이나 다른 형태의 관계정상화 협정 등의 문서에서 항상 첫부분에 나온다.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 지에 대한 협의를 거쳐서 나오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하려면 여러가지 조치가 있어야 하며 정치적·군사적·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질문 2) 청와대와 외교부의 종전 선언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답: 네,‘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을 평화체제 협상이 본격화되는 첫 수순으로 하자는 백종천 안보실장의 입장과 평화체제 협상에서 내용을 정리한 뒤 평화협정의 한 부분으로 종전선언을 하자는 송민순 외교장관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백종천 안보실장과 송민순 외교장관의 발언은 ‘종전선언’의 시기와 성격을 놓고 정부내에서 조율이 아직 완전히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송민순 장관은 백 실장의 발언과 관련해 “일반적인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는 분명한 논리와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질문 3) 백 실장과 송 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의 성격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죠?

답: 네,그렇습니다.백종천 안보실장은 “과거 실무자급에서 평화체제를 논의한 4자회담은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정상들이 약속하면 구속력이 좀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은 정상 차원이 아닌 6자회담 참가국의 외교장관급에서 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강조해 사뭇 다른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런 입장 탓인지 송민순 장관은 브리핑에서 백종천 실장의 발언에 대해 “혹시 와전된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4) 한국 외교부의 입장은 미국의 흐름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 네,실제로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측의 입장을 확인해본 결과 미국 당국자들은 6자회담 차원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 등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는 현재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백종천 실장도 ‘종전선언은 비핵화 이후에 할 수 있고 미·북 정상이 포함된 회동은 비핵화 후반기에나 가능하다.’는 미국측 입장을 의식해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국가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관련국과 외교적 협의를 앞으로 시작하면서 차이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질문 5) 이번 논란이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까?

답: 네,종전 선언을 위한 ‘3자,또는 4자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결국 백종천 실장이 말한 것처럼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종천 실장이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음을 강조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한 것처럼 북한이 정말로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와 미국의 조야를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수준으로 ‘핵폐기’를 단행할 경우 백종천 실장의 언급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난 4년여의 6자회담 협상을 통해 이제 겨우 ‘제네바 합의’의 수준을 넘는 단계로 비핵화가 진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과연 백종천 실장의 기대에 부응할 지 미지수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외교소식통은 “중요한 것은 북한 핵시설 불능화 등 비핵화 조치가 얼마나 빨리 진행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미국의 핵 기술팀이 방북해 북한측과 불능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사실상 마지막 이행만 남은 단계라 하더라도 일이 예상대로 진행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