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시작 시점과 주체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던 한국과 미국이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간에는 이연철 기자와 함께 이 문제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과 한-미 양국의 구상,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배경부터 살펴볼까요?

이= 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달 초 정상회담 후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제4항에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평화체제 논의에 대한 언급이 생략된 채 남북이 종전 선언을 추진키로 했다고만 밝힘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남겼습니다. 국제법이나 국제정치적으로 볼 때,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먼저 한 뒤 그 결과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일단 종전 선언을 하고 나중에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이든 평화체제 논의든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미 간의 시각차가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종전선언의 주체가 3자 또는 4자로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면서 논란이 가중됐습니다.

엠씨 = 당초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완성단계에서 종전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한국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종전 선언을 서두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죠?

이=  그렇습니다.미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도, 종전 선언을 위한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일까지만 해도 한국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종전 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민순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도 종전 선언이 평화체제 협상을 위한 개시선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직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나 핵 폐기가 이뤄진 상황은 아니지만, 각국의 정치적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이벤트로서, 먼저 종전선언을 하고 난 후에 협상을 전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가급적 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종전 선언을 이끌어 내고 싶다는 강력한 희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종전 선언이나 평화체제 논의의 선결조건은 북한 핵 계획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폐기라는 미국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지난 16일 호주 시드니에서 행한 연설에서, 아직 북한이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풀루토늄 50킬로그램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만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엠씨 = 결국, 한국은 관련 당사국들과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섰는데요.... 한-미 양국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입장을 정리했나요?

이= 네, 송민순 장관은 18일 한국 국회 국정감사에서, 비핵화가 의미있는 진전을 할 경우 평화체제 논의를 출범시킨다는 것이 한-미 간에 이미 협의해 오고 있었고 이해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의미있는 진전과 관련해, 손에 잡히는 불능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송 장관은 힐 차관보가 핵 물질 처분 후에 평화체제 논의를 개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언론보도는 진의가 잘못 전해진 것이라며, 북한이 핵 물질을 신고하면 그에 따라 한반도 평화 과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한국과 미국은 불능화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이뤄졌을 때,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엠씨 = 계속해서 종전 선언의 주체에 관한 논란을 살펴보죠. 종전선언의 주체로 3자 또는 4자로 명시되면서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왔죠?

이= 네, 먼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제외한 남북한과 미국을 요구해서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자, 김 위원장이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 중국을 배제하려고 그같은 제안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 뒤 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밝히자, 이번에는 노 대통령이 중국을 배제하려고 그같은 제안을 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종전 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것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특별수행원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정세현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이 최근 워싱턴 방문 중에 설명한 것을 종합해 보면, 노 대통령이 먼저 3자 정상회담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보이는데 무슨 특별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노 대통령은 지난해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과 올해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 선언과 관련해 3자를 거론한 것으로 해석해 그같은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했던 모린 코맥 미 국무부 한국과 부과장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확인한 결과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 선언 참가국 수에 대해 결정한 적도 없고 언급한 적도 없다며 정 전 장관의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엠씨 = 중국이 한반도 종전협정 체결 당사국인 만큼 중국을 배제하고는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이 문제와 관련해 송민순 장관은 3자 또는 4자 라는 표현보다는 '직접 관련 당사자'가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 장관은 한반도에서 앞으로 평화를 직접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남북한이기 때문에 남북이 평화체제 논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밖에 다른 관련국들은 어느 나라도 자동적으로 포함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송 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드는 기본 축은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 정상화라며, 그 두 가지가 이뤄지는 가운데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엠씨 = 그렇다면 언제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까?

이= 네, 의미있는 비핵화 진전을 언급한 송 장관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연말까지 신고와 불능화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 당국자들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4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하는 방안이 현실성 있는 일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4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언제 열릴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2.13 합의에 명시됐던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에 그것을 계기로 4개국 외교장관이 만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6자 외교장관 회담 일정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엠씨 =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문제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과 한미 양국의 구상,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에 관해 살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