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북 대화를 담당해온 관리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고 그 자리를 젊은 대화 일꾼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0년간 남북대화를 주도해온 전금진, 김용순, 임동옥 등이 사망하고 그 뒤를 이어 40-50대 대화 일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세대교체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최근 보도한 전금전 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의 사망은 남북대화에도 세대 교체가 이뤄졌음을 의미합니다. 

7년 전 평양에서 열린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사람은 김용순 비서였습니다. 김용순 당시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는 지난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옆에 홀로 배석해 회담을 지켜봤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그를  “용순 비서”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감을 보였습니다. 그밖에도 임동옥 당 통일전선부장,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전금진 조평통 부위원장등이 막후에서 남북대화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7년뒤 1차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원로급 인물들은 모두 세상을 떴습니다.김용순 비서는 지난 2003년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또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도 2004년9월 사망했습니다. 김용순 비서의  후임으로 기용됐던 임동옥부장도 지난해 8월 지병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또 전금진 전 조평통 부위원장도 지난 9월 사망했습니다.

서울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지난 몇년간 세상을 떠난 남북 대화 일꾼들은 북한의 혁명 2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합니다. 대개 1930 년대와 40년대에 출생한 이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김정일 위원장의 대남정책을 보좌해 왔습니다.  

북한의 세대 교체 흐름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 부장입니다. 김 부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 옆에서 혼자 배석해 자신이 대남 사업의 최고 실세임을 과시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김양건 비서가 국제문제에도 밝은데다, 김위원장과  친분도 있어 앞으로 북한의 대남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북한의 혁명 2세대가 하나둘씩 무대 뒤로 퇴장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젊은  남북대화 일꾼들은 최승철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권호웅 내각참사,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등입니다.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은 지난 10월2일 정상회담을 위해 남북 군사 분계선을 넘는 노무현 대통령을 북측 지역에서 맞이한 장본인입니다. 현재 51세인 최 부부장은 새로운 세대의 맏형격으로 김양건 통전부장의 지휘를 받으며 남북대화와 협상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 그동안 ‘권민’이라는 가명을 사용해온 권호웅 참사는 통전부 지도원과 아태평화위 참사로 활동해왔습니다. 권 참사는 지난 6월까지 남북 장관급 회담 대표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새로운 대화 일꾼들이 장단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북한경제가 좋았던 1970후반 평양에서 대학을 다녔던 이들은 국제감각이 있는데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원로 세대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탓에 실무 능력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의 말입니다.

지난 30년간 남북대화를 이끌어 왔던 북한에 혁명 2세대가 하나둘씩 물러나고 혁명 3세대의 젊은 대화 일꾼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젊은 일꾼들을 대거 기용하는 이유는 체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남북관계에서 실리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수뇌부의 과감한 개방 조치 없이 단순한 세대 교체만으로 그같은 목적을 달성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