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전협정 체제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문항 전 주한 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은 서해 북방한계선 NLL은 정전협정 상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문항 전 특별고문의 이같은 발언은 NLL을 영토 개념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노무현 한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국사회에서 열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은 한국이 수 십 년 간 지켜낸 영토선이라며, 실효적 지배가 인정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무현 한국 대통령은 11일,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은 처음에 한국 군대의 작전 금지선이었으며, 오늘에 와서 그것을 영토선이라고 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서해 북방한계선 주무 부처인 한국 국방부의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올해 초에 ' NLL에 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책자를 통해, NLL은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라는 공식 입장을 정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문항 전 주한 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은 서해 북방한계선은 유엔군사령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며, 북한에 통보한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 그러니까 합의된 해상경계선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 선 이상 더 북쪽으로 갈 수 없다, 그렇게 견제하기 위한 한계선을 설정한 것이 북방한계선입니다."

이문항 전 고문은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 측은 서해 5도 지역이 유엔군사령관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영해 3마일을 주장한 반면, 북한 측은 12마일을 주장해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해상 분계선을 설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고문은 1966년부터 '94년까지 28년 동안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지만, NLL 문제가 단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었다면서, 심지어는 북한 함선이 NLL을 넘었다고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한 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고문은 또한 사견임을 전제로 미국 측에서도 북방 한계선을 해상경계선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 측에서도 NLL은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선이다, 그 선 부근으로는 가지 말라고 설정해 놓은 선이다, 그렇게 얘기하지 그 선을 넘었다고 해서 정전협정위반이라고 한다는 말은 안했습니다."

이 전 고문은 남북한이 협의해 새로운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지난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들어 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 전 고문은 서해상에 평화수역이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 서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야당과 학계 등에서는 노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야당인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NLL이 해상의 휴전선이라는 국민 일반의 인식에 반하는 발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이야말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도 NLL은 한국 해군이 수 십년 간 피와 땀으로 지켜낸 영토선이라며,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도 북한의 NLL 무력화 기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노무현 정부가 NLL을 안보라는 개념으로 해석해 북한 측 요구를 받아 들이게 된다면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헌법에 비춰 보면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노 대통령의 말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NLL은 50년 이상 사실상 남북 간의 경계선으로서의 규범력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한국 청와대는 12일, 한국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서해 북방한계선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천호선 대변인은 노태우 정부 때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됐고, 거기서 NLL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할 수 밖에 없으며 어떤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선을 확고하게 지킨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