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중국 공안이 베이징의 한국 국제학교에서 탈북자들을 연행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한국 외교관들에 대해 과잉행동을 취한 것과 관련해, 중국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외교관들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VOA-1: 이번 탈북자 사건과 관련해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이 중국 측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요?

->베이징: 네. 베이징에 있는 중국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오늘 "중국 외교부가 사과는커녕 오히려 오스트리아 ‘빈 협약’을 들면서 한국 외교관들이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엄중하게 이 문제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앞서 그제 한국주재 중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중국측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오후 중국 공안은 베이징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에 있는 한국국제학교에 들어간 탈북자 4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한국대사관 영사 4명의 현장 접근을 막고 외교관 신분증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사들의 손을 뒤로 꺾은 채 현장 밖으로 끌어 내는 등 과잉 저지를 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VOA-2: 한국 외교 당국이 중국과의 외교 사안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이 아닌가요...

->베이징: 그렇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대응은 중국 외교부가 오히려 한국 외교관들이 중국측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비난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번 사안이 한-중간 외교전으로 비화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배경입니다.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 대변인은 어제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학교의정상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출동한 중국 공안의 정당한 법 집행을 한국 영사들이 방해했다"면서 "한국 외교관들이 중국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은 자신들의 신분을 망각한 것이며, 영사 관계에 관한 빈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은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측이 경찰의 공무집행만 거론하고, 현장에 출동한 한국 영사들이 외교관 신분을 밝혔음에도 팔을 꺾은 과잉 대응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빈 협약’은 외교관이 주재국의 관련 법률을 준수해야 할 것과 함께, 외교관 신분을 밝히면 물리적인 행사를 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VOA-3: 중국 외교부가 한국 외교관을 비난한 것도 드문 일 같은데요..

->베이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탈북자 연행과 한국 외교관에 대한 과잉 대응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만에 분명하게 한국 외교관을 비난한 것은 좀체 보기 힘든 일입니다.

그 동안 중국측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더 알아보겠다’며 얼버무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은 강경한 어조로 한국 외교관들을 비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펴내는 일간지인 환구시보 즉, 글로벌타임즈는 “일부 한국신문이 중국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폭거’라고 비난하는 등 한국 언론이 말도 되지 않는 탈북자 문제로 중국을 공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4: 이 같은 중국 정부 측의 강경한 태도가 지난 9일 중국 경찰에 연행된 탈북자들의 한국행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

->베이징: 사건 초기에는 그 동안의 사례를 감안할 때 이번 사건도 원만하게 처리돼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측의 강경 기조에 따라 향후 탈북자의 한국행을 둘러싼 한-중간 외교 교섭은 난항을 겪을 공산이 커졌습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보내질 가능성마저도 보입니다. 실제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브리핑에서 “탈북자들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의법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9일 탈북자 연행 사건이 일어난 베이징 한국국제학교는 외교적 보호권이 없는 시설인데요, 지금까지 탈북자들이 베이징 한국국제학교 진입에 성공한 것은 7차례, 60여명으로 이들은 모두 한국대사관을 거쳐 한국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 12월 탈북 여성 한 명이 한국 국제학교에 진입하려다 실패한 뒤, 지난해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북송된 사례가 있어서, 이번에 연행된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VOA-5: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탈북자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베이징: 네. 중국은 내년 8월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가까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따라서 지난해처럼 탈북자 북송 등의 문제로 남북한 정부와 관계가 곤란해 지고, 인권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이슈화 할 수 있는 탈북자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고, 그 일환으로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발생한 중국 경찰의 탈북자 연행과 한국 외교관에 대한 물리력 행사도 이와 같은 이유와 함께,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경찰이 공권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과잉 대응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곳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또 올해 들어 중국과 북한의 국경수비대들은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을 이전보다 강화하고 있어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중국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요건을 까다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VOA-6: 그런데,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출신들을 이른바 ‘도착비자’ 발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비자 발급요건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베이징: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한국인이 중국 공항이나 항구에 도착해 비자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입국 금지사유가 없는 한 현장에서 바로 ‘도착비자’를 발급해 입국을 허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 공관과 항공사 등에 보낸 공문을 통해 지난 10일부터 중국 현지 초청기업으로부터 중국 공안국 승인 도장이 찍힌 초청장과 도착비자 신청서를 받은 한국인에 대해서만 도착비자를 발급한다고 통보했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정식 공문을 통해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출신의새터민이 주로 해당하는 특정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한국인에 대해서는 아예 도착비자 발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그 동안 주민번호 뒷자리 일곱 개 숫자 가운데 앞쪽 세 개 숫자의 번호가 같았는데, 하나원 소재지인 경기 안성의 지역코드가 일률적으로 배정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탈북자 신분이 쉽게 노출돼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았고, 중국 여행을 위한 비자발급 등이 거부되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신분이 노출돼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6월 말 탈북자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을 퇴소하는 150여명의 97기 새터민 부터 자신의 정착지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