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순조로운 진전을 보임에 따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올해 안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지금이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적기라며 미국 측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현재로선 어떠한 계획도 없다며, 북-미 관계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희망하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톰 케이시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조만간 방북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물론 그런 대화가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이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라이스 장관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하는 문제에 대해 누군가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는 지금이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적기라고 밝혔다고,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 신문이 11일 보도했습니다.

이 대사는 북한이 영변의 3개 주요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합의한 최근 6자회담 성과와 관련해, 군축 합의는 매우 기술적이라며 정치적 수단으로 합의를 부추기지 않으면 합의가 약간 불확실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한국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이수훈 위원장 역시 10일 한국의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지금 북-미와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기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같은 책임있는 미국 당국자가 방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당국자들이 잇따라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음에 따라 이같은 관측이 북-미 관계 개선을 원하는 한국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 대사는 1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라이스 장관의 방북설은 현재 소문일 뿐인데 한국에서 이같은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며,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에 큰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방북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릴리 전 미국 대사는 미국 내 대다수 전문가들은 라이스 장관이 영변의 3개 핵 시설 불능화 등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없는 현 상황에서 방북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하며, 자신은 그 같은 계획이 사실이라면 매우 미성숙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라이스 장관의 방북 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은 그저 라이스 장관이 그렇게 해 줄 것을 바라는 것일 뿐이라며, 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의 생각대로 그리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라이스 장관이 일단 다음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6자 외교장관 회담에는 참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릴리 전 대사는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은 미국 정부가 올해 말까지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얼마만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며, 라이스 장관이 그같은 성과 없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지금까지 해 온 훌륭한 임무를 부수적으로 이어갈 방북을 단행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 아시아태평양 부문 제임스 쇼프(James L. Schoff) 소장 역시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안에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확률은 거의 0% 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소장은 그 첫번째 이유로 부시 행정부는 라이스 장관의 방북 이전에 북한의 역사적인 비핵화라는 성과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의 큰 '전투'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쇼프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쇼프 소장은 미국 정부는 핵 시설 가동 중단을 넘어서는 완전한 핵 시설의 폐쇄 그 이상을 원할 것이고, 이는 정치적인 면에서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이 모든 정치적인 활동 과정 가운데 라이스 장관이 방북을 계획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소장은 또한 올해 1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도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라이스 장관이 한국의 대선 직후 방북하고 싶어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쇼프 소장은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 정부에 있어 매우 중대한 국가로, 현재 기회가 주어졌으며, 부시 대통령이 이 기회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