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2일 방북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남북한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평양 도착 직후 열린 환영행사에서 예상치 못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영접을 받았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첫째 날 소식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2일 평양으로 향하기에 앞서 오전 9시 1분 남북한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LD)를 30m 앞두고 전용차에서 내렸습니다. 배웅나온 한국 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노무현 대통령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권양숙 여사와 나란히 군사분계선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10 미터쯤 앞두고 남쪽을 향해 돌아서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그동안에 당해왔던 우리민족의 그많은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노무현 대통령 일행은 영접 나온 북한 측 인사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다시 전용차에 올라 개성을 거쳐 평양 시내 통일의 거리와 충성의 다리를 통해 대동강을 건너 낮 12시께 공식 환영행사가 열리는 ‘4.25 문화회관’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공식환영은 개성과 평양 간 고속도로의 평양 초입인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도착 1시간 전에 행사장이 ‘4.25 문화회관’으로 바뀌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측은 이날 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공식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통보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맞기 위해 직접 모습을 나타내자 환영인파의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1차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당초 예상을 깨고 평양 순안공항까지 김 대통령을 영접나온 것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 것입니다.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한 북한군 장교의 발표가 뒤따랐습니다. 두 정상은 수천 명의 환영인파가 붉은색과 분홍색 꽃술을 들고  영접하는 ‘북한식 인사법’으로 환영을 받으며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노 대통령은 환영행사 뒤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국빈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에 이어 한반도 분단 이래 두 번째로 열리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열린 제 1차 정상회담 결과 남북한 간에 교류협력이 증진되고, 한국의 대규모 대북 원조가 이어졌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 대통령은 이미 북 핵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중심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북에 앞선 ‘대국민 인사’에서 평화정착과 경제협력,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신뢰구축, 인도적 문제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하게 될 의제들을 거론하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임기 말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선출되도록 돕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일부는 노 대통령이 너무 많은 혜택을 북한에 제공하는 반면, 북한의 핵 계획 종식과 인권 개선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4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