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에 인력이 부족할 경우 북한군을 제대시켜 공장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방문 중인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일 미국 의회에서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북한 문제를 설명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리처드 루가, 다이앤느 파인스타인, 제프 뱅가맨, 벤저민 카딘 등 상원의원 4명과 1시간 동안 비공개 오찬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00년 평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그는 김 위원장에게 개성공단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35만명의 노동자가 필요한데 개성 인구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노동자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김 위원장이 “인력이 부족하면 북한군을 제대시켜 개성공단에 투입하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햇볕정책 실시 후 한국이 얻은 소득을 묻는 미국 의원의 질문에, 남북한 간 긴장완화와 북한주민들의 대남인식 변화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실시하면서 북한에 연간 비료 30만t, 식량 40만t을 지원하니까 쌀 포대와 비료 포대 수천만 개가 북한에 들어가 돌아다니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도 남한이 미국의 앞잡이로 북한을 침략하려 한다는 것이 사실이 아닌 것을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몰래 보면서 한국에 대해 마음만 연 게 아니라 문화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북한사회의 변화상을 설명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미국 의원들에게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한국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이 받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교섭 중”이라며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면 이 문제도 잘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미국 측 의원들은 개성공단 제품 수출 문제와,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 등에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한 의원은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북한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남한 제품으로 간주해 수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북한이 미국의 투자를 열망하고 있는 만큼 장차 한국과 미국 기업이 합작회사 형식으로 북한에 공동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7일 워싱턴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는 29일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각계각층 인사들과 만나 북한 문제와 한-미 관계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는 25일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이어 26일에는 뉴욕에서 클린턴 재단 주최로 열리는 국제포럼에 참석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