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기 총리를 사실상 결정 짓는 자민당 총재 경선에 나선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은 오늘 (17일) `평양선언' 5주년을 맞아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대북 접근법을 놓고 두 후보는 대화와 압박으로 의견이 다소 엇갈렸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5년 전 쌍방 간 국교정상화와 경제협력 등을 담은 평양선언을 발표했지만 일본인 납북자 문제 때문에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일본의 다음 총리로 유력시되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은 오늘 오사카에서 가진 유세에서, 납북자 문제가 아직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후쿠다 전 장관은 일본인 납북자들이 모두 돌아오고 북한이 핵 계획과 미사일을 포기한다면 일본은 북한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해 자신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온건 성향의 후쿠다 전 장관은 그러나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다소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 집권시 아베 정권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임을 내비췄습니다.

반면 상대인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은 대북 압박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소 간사장은 역시 오사카에서 가진 유세에서 사람들은 대화를 강조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봤을 때 압박 없이는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일본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쿠다 전 장관과 아소 간사장은 아베 신조 총리가 행정부 내 관료들의 연쇄 스캔들과 참의원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23일 실시될 새 자민당 총재직을 놓고 격돌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민당이 중의원 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출은 사실상 새로운 총리 취임을 의미합니다.

일본 언론들은 후쿠다 전 장관이 지지율에서 아소 간사장에 크게 앞서고 있어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과 ‘아사히 신문'은 오늘(17일) 최근 자민당 의원들을 상대로 각각 실시한 조사결과 후쿠다 전 장관이 58%와 53%를 얻어 20% 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아소 간사장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쿠다 전 장관은 그동안 논란이 돼온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웃 아시아 나라들과의 외교관계를 중시하는 등 온건성향을 보이고 있어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대화에 무게를 더 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북한은 5년 전 평양을 전격 방문한 고이즈미 전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쌍방의 관계개선 방안을 담은 평양선언을 발표했지만 이후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에 부딪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양선언은 북일 간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 재개와 일본의 경제협력,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쌍방 간 안전보장 문제 등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4년 고이즈미 전 총리의 재방북 당시 일본인 납북자 사실을 이례적으로 인정하고 납치 피해자 13명 가운데 생존자 5명과 가족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일본은 그러나 행방불명된 모든 납북자의 송환과 사망자에 대한 진상규명, 납치 가담자에 대한 처벌 등을 요구해 결국 양측은 대치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이후 일본의 새 아베 정권은 북한의 핵실험 후 대북 제재와 함께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교정상화와 대북지원은 없다며 강경책을 폈고, 북한은 이에 맞서 일본과의 모든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그러나 2.13 합의에 따라 두 차례 베트남과 몽골에서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갖는 등 최근 관계 진전을 위해 다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 초 열렸던 몽골회의에서 쌍방 모두 분위기가 나아졌다고 말해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입장 변화가 없어 여전히 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