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이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국방장관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핵 협상을 진척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16일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북한을 매우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미국 방송 '폭스 뉴스'에 출연해 관련 질문에 대해 "깊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은 북한을 매우 주의 깊게 살피고 있으며, 시리아 역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이츠 장관은 이어 시리아와 북한 간에 핵 거래가 있었다면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게이츠 장관은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매우 중대한 우려사안이라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 확산에 대해 매우 강한 금지선을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지난 12일 '뉴욕타임스' 신문을 시작으로 북한이 시리아에 핵 시설, 또는 핵 물질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시리아에 북한 기술진이 머물고 있다고 미국 국무부 관계자와 익명의 소식통 등의 말을 인용해 보도해 왔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 NPT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에 머물고 있는 앤드류 셈멀 미국 국무부 핵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직무대행도 지난 14일 미국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에서 뭔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다"면서 "미국은 시리아에 많은 외국인 기술진이 상주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들이 시리아와 접촉해 핵 시설을 비밀리에 공급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셈멀 직무대행은 해당 외국인들이 북한 기술진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리아에 북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며, 그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이라크와 이란에 북한 사람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백악관과 국무부가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가운데 셈멀 직무대행의 발언은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목했습니다. 

앞서 이 신문은 이달 초 북한으로부터 나온 핵 물질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시리아에 입항한 뒤, 이스라엘 군이 시리아 북부의 핵 의혹 시설을 공습했다고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한 중동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관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미국의 보수 진영에서는 북 핵 협상을 더이상 진전시키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지난 14일 사설에서 '아직 이들 정보의 관련성이 확실치 않지만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시리아 간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핵 협상을 진행시키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신문은 '핵 무장한 북한은 충분히 위협적이고, 북한이 테러분자들의 온상으로 알려진 나라와 핵 기술을 공유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도 가장 큰 위협이 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5일 이와 관련해 '확인하거나 부인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북한의 '2.13 합의에 따른 핵 프로그램 신고가 이뤄지면 핵 확산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그러나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리아에 단거리 미사일 등 무기를 판매했을 수는 있겠지만 핵 기술을 넘겼다는 주장은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17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시리아 관련 의혹은 현재 누구도 확실한 근거를 갖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