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들이 9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 내 스페인어 방송국이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동시통역을 통해 스페인어로 방송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민개혁 등 미국 내 히스패닉들의 핵심 관심사들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대학교에서는 9일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소수계 텔레비전 방송이 주최하는 후보 간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미국 최대의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 주최로 열린 이날 민주당 예비후보 토론회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마이크 그라벨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데니스 쿠시니치 하원의원 등 7명이 참석했고, 조 바이든 상원의원만 일정상 문제 때문에 불참했습니다. 미국 내 소수계 방송이 주최한 토론회에 이처럼 단 1명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동시통역을 통해 스페인어로 방송된 이번 토론회는 이라크 전쟁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됐지만, 곧바로 이민개혁 등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초점이 옮겨졌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취임 첫 해에 이민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또 공화당이 불법이민자들을 악마로 묘사하면서 이민 문제를 놓고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는 이유는 열악한 교육과 보건체계, 그리고 빈곤 때문이라면서 , 이민개혁은 외국의 빈곤 문제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1천3백만 명의 히스패닉계를 비롯해 많은 미국인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보편적인 의료보험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또한 많은 마이애미 거주자들의 조국인 중남미 국가들의 정치 문제에 관한 질문도 받았습니다.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은 수 십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의 개혁을 제안해 히스패닉계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도드 상원의원은 금수 조치를 일부 해제하고 쿠바 여행 금지를 해제하는 동시에 쿠바에 대한 송금이 허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최대 스페인어 텔레비전 방송인 '유니비전'은 4천4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히스패닉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들이 당면한 과제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미국에서 히스패닉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최대의 소수계 민족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8년 대통령 선거에는 적어도 1천4백만 명의 히스패닉 유권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각각 40%와 54%의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케리 후보의 득표율은 2000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에 대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율 62%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민 문제에 대한 공화당의 강경한 자세 때문에 민주당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유에스 에이 투데이' 신문과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히스패닉 출신자들 가운데 75%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클린턴 상원의원이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니비전 텔레비전은 공화당 대선 후보 간 토론회도 주최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존 맥케인 상원의원만 참석을 약속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