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과의 회견에서 나온 부시 대통령의 북 핵 발언으로 내일, 9월1일부터 열리는 미국과 북한 간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가 앞으로 6자 본회담 재개를 비롯해 북한 핵 문제를 좌우할 주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이번 미-북 실무회의의 핵심쟁점을 정리했습니다.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그의 북한 측 상대방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내일, 9월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납니다. 두 사람은 제네바주재 양국 대사관을 오가며 이틀에 걸쳐 북한의 핵 목록 신고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을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북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과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핵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신고하고, 올해 안에 핵 시설을 불능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29일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의 이같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빠짐 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힐 차관보의 주장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핵 목록 신고와 관련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도쿄신문'은 지난 16~17일 이틀 간 중국 선양에서 열린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불능화와 신고 대상으로 영변의 3개 시설만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의 5MW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그리고 핵연료 가공 시설만 신고하겠다며, 핵무기는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 래리 닉시 박사는 도쿄신문의 보도대로 만일 북한이 영변의 3개 핵 시설만 신고할 경우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이 2.13 합의에서 `현존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불능화'를 약속한 점을 지적하면서, 핵 시설을 부분적으로 신고할 경우 이는 2.13합의를 어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선문대 북한학과 윤황 교수도  북한이 영변 핵 시설만  신고할 경우 6자회담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변 핵 시설은 지난 1994년 미-북 간 제네바 합의에서 이미 공개된 시설인만큼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윤황교수: “영변 핵 시설 3개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94년 제네바 합의의 재판에 불과한 것으로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도 이번 실무회의의 주요 쟁점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거나 핵 목록을 불성실하게 신고할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를 미루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워싱턴은 최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를 일본인 납치 문제와 연계시킬 방침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29일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납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일본을 만족시킬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네바 미-북 실무회의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평양 당국이 진정 워싱턴과 관계를 정상화할 뜻이 있다면  2.13합의대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핵무기를 폐기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