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북 핵 2.13 합의 이후 관계정상화를 위한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은 과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임기말에도 지금과 같은 관계정상화 협상을 벌이다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다시 냉각상태로 돌아간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진정으로 대미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 안에 중대한 진전을 이루도록 신속하고 진지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로써 양측은 극적인 관계개선의 기회를 맞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듬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북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말았습니다.

7년이 흐른 지난 6월 이번에는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양측은 내일, 9월1일부터 이틀 간 관계정상화를 위한 두 번째 실무회담을 엽니다.

7년 전과 올해 미국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관계개선 움직임에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초기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에서 탈퇴한 후 제1차 핵위기가 시작됐고, 미국은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습니다. 하지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김일성 전 주석을 면담한 후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고, 이후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말에는 적극적인 관계개선 노력이 추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부시 행정부 초기인 2002년에는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농축 우라늄 개발 주장으로 제2차 핵위기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북한은 NPT에서 탈퇴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핵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미-북 양측은 힐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베를린 회동에 이어  2.13 합의를 통해 대화 쪽으로 급속히 국면을 전환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줄곧 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부시 행정부 임기말에 또 한 차례 기회를 맞은 셈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진정으로 미-북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 소재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국장은 “부시 정부는 이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고, 북한은 또 한 차례의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크 오핸런 선임 연구원은 “내년에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간에 미국의 대북 정책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말 대북 협상에서 극적인 성과가 없는 한 새 행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정책 전환을 추진할 것이며, 따라서 미-북 관계의 진전을 위한 호기를 활용하려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 안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내년까지 미국과의 관계에 급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견해는 미국 행정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7일 “올해 북 핵 문제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내년에는 기존의 금기를 뛰어넘는 미-북 관계의 대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힐 차관보도 올해 안에 북한 핵 시설의 불능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히고, 비핵화만 이뤄지면 미-북 관계에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하지만 올해 안에 핵 불능화를 이루지 못하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은 미-북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쇄라는 매우 간단한 조치를 이행하는 데도 몇 달이라는 기간을 허비한 상황에서, 올해 안에 핵 불능화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백 사무국장도 “북한이 정말로 핵을 포기할 마음이 있는지는 아직 누구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북 관계의 극적인 개선 전망은 아직은 어둡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선결과제인 비핵화 합의를 보다 신속하고 진지하게 이행하고, 이를 통해 신속히 관계개선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