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앞두고, 미-북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일부 미국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미-북 관계가 실질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포기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28일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와 관련해 “올해 안에 북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내년에는 지금까지의 많은 금기를 넘는 근본적 수준의 대전환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일본의 `지지 통신'은 익명의 미국 국무부 관리의 말을 빌어 “미국은 대북 관계정상화를 위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부터 상호 공관 설치에 이르는 4단계 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주말인 9월1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앞두고 나온 미 행정부 관리들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현 정부 들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워싱턴 소재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국장은 최근에도 미국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변화를 잘 느낍니다. 국무부 정보조사국의 한 공무원이 지난 6년 간 북한에 갈 기회가 있어도 가지 못하다가,  2주 전에 북한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유연성이 늘어났음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서 선회해, 베이징 양자회담에 이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은행에 동결됐던 북한 자금도 전부 해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들어 더욱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계정상화가 실현되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 핵 포기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아무리 관계정상화를 하려고 해도 미국이 선결조건으로 내건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행정부는 물론이고 의회의 동의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도 27일 미-북 간 실무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케이시 대변인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비핵화가 이뤄지면 미-북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도 가능하다'고 말한 것처럼 관건은 모든 것이 북한의 비핵화에 성공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사무국장도 북한이 아직 핵을 포기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6자회담과 미-북 관계정상화 전망은 계속 어둡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터 벡: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북한이 진짜 핵 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있는지 아직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북한이 공식적으로 몇 차례 발표했지만, 북한은 앞서 영변 핵 시설도 매우 뒤늦게 동결했고, 아직 폐쇄 계획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피터 벡 사무국장은 이어 “현재의 상황은 클린턴 행정부 임기 말 때와 비슷하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의 기회를 빨리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말 당시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워싱턴과 평양을 상호방문하는 등 미-북 관계가 급속히 진전되는 시기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추진했지만 임기 말  촉박한 일정에 밀려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