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악화된 식량사정과 최근 수해 등으로 인해 식량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소매치기나 구걸 등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꽃제비'들이 가족 단위로 대거 늘고 있다고, 최근 중국 국경지역을 다녀온 한 인권단체 연구원이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수해 복구와 함께, 국경지역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해 이후 북한의 피해복구 움직임과 쌀 값 동향, 식량 사정 등을 서지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문: 서지현 기자. 국제사회 등의 지원에 힘입어 북한 전역에서 수해 복구 작업이 속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요. 현재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식량가격 동향도 궁금한데요?

답: 대북 구호단체 '좋은벗들'이 27일 발간한 소식지에 따르면, 신의주에서는 이른바 '가두 가내반'을 중심으로 지난 16일부터 수해지구 지원 활동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동원된 주민들은 새벽 5시부터 도랑 흙 파내기, 진흙 파내기, 제방 둑 쌓기 등을 하고 있는데, 먹지 못해 굶주린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주민들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합니다.

식량가격 역시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북한과 접한 중국 국경지대를 다녀온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은 전 지역에서 특히 쌀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 “식량가격이 올해 초와 비교해서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원래는 추수 직전 9월, 10월 그 때쯤 식량가격이 떨어지게 돼 있는데 이번에 홍수가 심하고, 피해가 많아 과연 식량가격이 떨어질지 그건 외부 지원과 상당히 많이 (관련이 있습니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함흥의 경우 수해 직후 쌀 가격이 kg 당 2천원까지 올랐다가 지난 16일부터 날씨가 개이면서 조금 떨어져 kg당 1천8백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은 15일까지만 해도 kg당 1천1백50원에 거래되던 것이 17일에는 1천5백원대로 올랐고, 온성에서도 지난 7월 1천원 대이던 쌀 값이 20일 현재 kg당 1천3백원으로, 옥수수도 kg 당 2백50원 대에서 20일 현재 5백50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좋은벗들'은 북한 당국에서 각 지역의 곡물을 있는대로 거둬 수해지역으로 보내고 있으며, "10월부터 정상적으로 배급을 주겠으니 전력을 다해 주민들의 아사와 대량 이탈을 막으라"고 각 지역에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문: 이렇게 쌀 값이 오르면서 수해 피해를 입은 수재민은 물론 이전에는 쌀을 살 수 있었던 주민들도 어려움이 더욱 커졌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최근 나빠진 식량 사정으로 '꽃제비'가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꽃제비'는 원래 북한을 이탈해 중국의 국경지대에서 소매치기나 구걸 등으로 연명하는 북한의 불우 청소년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북한 안팎에서 소년 계층 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가족 단위 '꽃제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케이 석 연구원: “청진이라던지 철영, 이런 도시에서 꽃제비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보릿고개 넘어 추수되기 전까지 시기에 시골에서도 먹을 게 많지 않기 때문에 도시에 와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다시 가을이 되면 시골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시기적으로 꽃제비 숫자가 늘어날 수 있는 시기인데요. 그런 것을 감안 하고서라도 역전, 장마당 등에 가족 단위 꽃제비들이 상당히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것 역시도 식량 사정과... (관련이 돼있는 것이죠.)”

이처럼 꽃제비들이 늘어난 것은 최근 북한 당국이 국경지역 수비를 강화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문: 최근 북한이 접경지역에 철조망을 치는 공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국경 수비는 얼마나 강화됐습니까?

답: 한국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한 달 전부터 중국 단둥의 후산 장성 뒤 10km 접경지역에 철조망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 곳은 압록강 강폭이 좁아 평소 중국으로 쉽게 넘나들 수 있었던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북한 국경을 오가는 장사꾼들의 말을 빌어 북한 측 국경수비대의 보안이 매우 강화됐다고 전했습니다. 예전에는 국경수비대에 돈을 주고 국경을 오갈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굉장히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에서 국경수비대에 "돈은 받아도 괜찮지만 국경을 넘으려고 하는 이들을 당국에 신고하면 더 큰 포상을 주겠다"고 밝히고, 이를 신고한 수비대원에게는 텔레비전 세트나 식량 등을 하사한다고 합니다.

케이 석 연구원: “평소에 국경경비대에 돈을 주고 왔다 갔다하는 장사꾼들 같은 경우도 지금은 자기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줘야 하는 돈이 너무 올라가서 웬 만큼 큰 규모로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오거나 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국경을 넘으려고 하는 이들은 북한 당국이 수비대에 신고 포상금으로 주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줘야 하고, 이에 따라 국경을 넘는 이들이 자연스레 감소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문: 아까 북한이 각 지역에 "주민들의 아사와 대량 이탈을 막으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했는데, 이런 일련의 조치들로 볼 때, 북한 당국이 수해나 식량 사정 악화 등으로 탈북하려는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국경수비 뿐만 아니라 대내외 선전, 선동 활동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6일 평양 강남군 주민들이 폭우 당시 귀중품 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먼저 들고 대피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밖에 최근 내부검열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지원단체 '좋은 벗들'에 따르면 '비 사회주의 검열 그룹'의 이른바 '비사그루빠' 검열이 지난 21일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각 시, 군에서 선발된 당, 검찰, 보위부, 보안서 간부들로 구성된 검열원들이 밀수와 무면허 치료 등1백 가지 이상의 요강을 기준으로 검열을 한다고 합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은 수해와 식량난에 더해 당국의 체제 강화 조치로 북한주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 “여러 가지로 상황이 많이 힘들죠. 중국에 오기도 힘들고, 식량은 없고, 쌀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수해가 생겼고, 꽃제비가 많이 더 늘어나고 있고... 여러가지로 봤을 때 지금 북한주민들에게 아주 힘든 시기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문: 그런데 다행스럽게 국제사회의 수해 구호 지원이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답: 지원은 있는데, 자신들이 받는 것은 없다고, 북한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케이 석 연구원: 아주 구체적으로 "한국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식량이 정말로 가난한 주민들에게 가는지 그것을 한국 관료나 힘 있는 사람들이 확인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대부분... 한국이 10년 넘게 식량 지원 해왔는데 본인은 물론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봤을 때 아무도 식량 지원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없다는 거죠.

이같은 이유로 북한주민들은 수해로 인해 미뤄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케이 석 연구원은 전했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지도자들끼리 얘기를 해봐야 무슨 혜택이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많은 북한주민들이 기대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식량 지원이나 의약품 지원 등이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한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에 따르면 8월27일 현재 한국 정부의 지원품을 포함, 모두 8백98만 4천여 달러 어치의 구호품이 북한에 전달됐으며, 1천8백97만7천여 달러 상당의 지원 물자가 조만간 추가로 전달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수해 이후 피해 복구 움직임과 쌀 값 동향, 식량 사정 등을 서지현 기자와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