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 수해로 벼와 옥수수 농사 외에 “반년 농사”라고 하는 김장배추 농사도 망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겨울철 반찬이 넉넉하지 않은 북한에서는 늦가을에 담그는 김장이 겨울철 먹거리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집중호우로 씨를 뿌린 지 얼마되지 않은 배추밭이 휩쓸려 내려가, 큰 걱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의 VOA 강성주 기자를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지금까지는 논과 옥수수 밭이 상당수 피해를 입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김장배추를 위해 씨를 뿌려놓은 배추밭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요?

(답변 1) 네, 그렇습니다. 경작지가 많지 않은 북한은 매년 밀이나 보리, 옥수수를 수확한 뒤,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 사이에 그 밭에 배추 씨를 뿌려, 10월이나 11월에 수확해  김장을 담궈왔습니다.

이 김장은 겨우 내 귀한 먹거리가 돼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김장배추 농사를 “반년 농사”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표현해 왔습니다.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 관계자는, 중국의 단둥시에 위치한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 ’민경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민경련’ 관계자가 이달 초에 뿌린 배추 종자가 비에 다 휩쓸려 내려갔다고 실토하면서, 월드비전 측이 전달하는 배추씨를 아주 반갑게 받더라고 말했습니다.

월드비전은 며칠 전인 지난 24일 북한 측의 배추밭 유실에 대한 피해 복구를 돕기위해 중국에서 배추씨 2t 가량, 약 4억원어치를 긴급하게 구매해 북한 측에 전달했습니다.

이 정도의 배추 종자로는 2천 정보에서 4천 정보의 밭에 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배추밭의 피해실태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2) 남북한은 기후나 토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남한에서 잘 크는 배추가 북한에서 잘 자란다는 보장이 없는 게 아닌가요?

(답변 2) 그렇습니다.

북한 배추는 가을에 추위가 일찍 오는 기후상 특징 때문에 잎이 두껍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품종인데 비해, 한국 배추는 잎이 얇은 품종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남쪽의 강남 지방, 산동성 지방, 베이징 지방, 또 만주 지방 등에서 키우는 배추 등 다양하기는 하지만, 남한쪽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에 비해 북한 지형이나 기후에 더 적합한 배추는 중국에 많습니다.

그래서 월드비전 측도 중국에서 배추종자를 구매했습니다.

(질문 3) 지금 배추씨를 다시 뿌려도 수확에는 별 지장이 없는지요?

(답변 3) 네, 앞으로의 작황은 기상 형편에 달려있습니다. 오늘도 북한 지역에서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번에 비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에 다시 많은 비가 내려 추가 피해까지 우려될  정도입니다.

평안남도 성천군의 경우, 27일 오전 6시간 동안 109 미리미터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성천군 이외에도 평양 51, 순천 50, 신평 62, 곡산 50 미리미터 등이 내리는 등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 강원도 등에 다시 비가 내렸습니다.

이처럼 많은 비가 다시 오지 않는다면 1, 2 주일 내로 배추씨를 뿌릴 경우, 생육과 수확에 큰 지장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햅니다.

그러나, 형편이 넉넉치 않은 북한이 이런 재해에 대비해 다시 뿌릴 다량의 배추씨를 비축해 두었을 가능성이 낮은데다, 배추씨가 있다고 해도 농경지 자체가 망가져 있기 때문에 자라는데 한계가 있고, 또 배추 종자가 확보되는대로 뒤늦게 뿌리는 관계로 생육기간이 짧아도 수확이 가능한 종자가 제대로 확보될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올 가을 김장 배추의 수확량은 상당히 모자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질문 4) 집중호우가 그친 지 10일만인 지난 25일 북한측의 피해 집계가 발표되지 않았습니까. 북한 측이 이번에 피해를 이렇게 신속하게 집계하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이례적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답변 4) 네, 그렇습니다. 작년 7월 수해의 경우, 북한적십자회는 사망과 실종자가 1백50여명,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8백40여명, 국제적십자연맹은 2백50여명으로 발표하는 등 통계 자체가 둘쭉날쭉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북한 중앙통계국은 25일 사망. 실종 6백여명, 부상 수천 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루 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사망 실종 6백10명, 부상 4천3백51명으로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양측의 집계가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농업부문의 피해나 도로, 건물, 산업시설의 피해에서도 양측의 집계는 크게 틀리지 않아, 북한측의 발표에 신뢰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예년과 달리 피해상황을 관영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보도하고, 또 솔직하게 어려운 사정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외부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관측통들은 이번 수해 피해상황이 워낙 컸기 때문에 북한이 더이상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발표했다는 분석과 함께,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북한 당국의 노선 변화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