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들어설 차기 미국 정부는 핵 문제 해결 뿐 아니라 북한을 `정상국가'가 되도록 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미국의 유력 민간 연구기관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차기 행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제안 내용을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임기 초기와 현재 사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화보다는 압박을 통해 핵 포기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과의 양자회담 등 외교적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부시 정부의 이런 대북 정책은 실패한 것이며, 차기 정권에서는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차기 정부에 대한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이 중 핵 확산 방지를 위한 제안 작성에 참여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부시 정권이 초기에 북한에 대해 매우 대립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며 “미국의 대북 정책이 확고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한미동맹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정책에 있어서 확고한 공동의 입장을 취하기가 어렵게 됐고, 북한은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대북 정책을 상당히 개선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2.13 합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의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현재 북한이 미국에 제시하는 유일한 유인책은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처음부터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고,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모순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했으며, 그래서 2.13 합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 전망도 부정적이라는 것이 오핸런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차기 정권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한은 핵무기 8개 정도를 더 보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옹호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는 물론이고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북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한편 오핸런 연구원은 다음 정권을 위한 제안으로, 단순히 핵 문제 보다는 북한의 경제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유도해서 정상국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에 대해서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 이번 제안서의 내용”이라면서 “북한이 설사 공산주의를 유지하더라도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의 핵이라는 제한된 이슈에서 벗어나, 경제 개혁과 인권 개혁, 군사체제의 변화 등 보다 폭 넓은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대북 정책의 관점을 확대함으로써 북한 문제에 관해 미국이 직면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