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터 내린 북한 전역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15일 농업성 관리의 발표를 통해, 이번 비로 전국 농경지의 11%가 침수 또는 유실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세계식량계획 WFP는 곡물 피해가 45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될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큰물 피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오늘(15일) 북한 농업성 리재현 국장의 말을 인용해 지난 7일부터 북한을 강타한 무더기 비로 북한 내 논과 옥수수밭의 11%가 침수되거나 매몰, 또는 유실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리 국장은 농작물 소출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쏟아진 무더기비(집중폭우)로 올해 좋은 알곡 수확고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이런 농작물 손실은 과거의 물 난리에 비해 매우 큰 규모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무더기비의 최대 피해지역 가운데 한 곳인 황해북도의 경우 논밭 가운데 3만 7천여 정보가 물에 잠기거나 매몰, 유실됐으며 평안남도에서는 2만 6천여 정보, 그리고 행해남도에서도 2만여 정보가 역시 피해를 입었다고 전해습니다.

방콕에 있는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 사무국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오늘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45만t의 곡물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유엔 합동피해조사단이 북한 관리들과 1차 면담한 결과 북한 내 전체 농경지의 11% 가 손상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런 피해 규모를 볼 때 45만t 의 곡물 수확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이런 피해가 현실로 닥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장기적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소의 권태진 연구원은 앞서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5 만t의 곡물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또 이번 큰 물 피해로 집을 잃은 북한주민이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앞으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현재 북한 내 창고에 비축돼 있는 영양 비스켓과 고농축 콩 등 긴급식량을 수재민들에게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북한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 큰 물 피해 소식이 구체적으로 전해지면서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제(14일)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를 만나 이번 피해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하고 유엔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반 총장은 박 대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정부와 주민들을 돕기 위해 유엔이 적극적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미온적이던 미국 정부도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4일 중국 베이징에게 기자들에게, 뉴스 보도를 통해 북한의 큰 물 피해 소식을 들었다며, 미국이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피해상황을 매우 진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먼저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도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의 피해 소식을 듣고 있다며, 유엔을 통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이후 지원식량의 분배과정에서의 투명성 문제 등을 들어 대북 인도지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14일부터 북한 최대 피해지역 가운데 4개 군을 현장조사하고 있는 유엔 합동조사팀은 이르면 내일 조사 결과를 유엔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로 국제사회의 지원도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