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보다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인도적 현안들이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살펴보는 주요 현안에 대한 두 정상 간 논의 전망과 정상회담이 이들 현안에 미칠 영향,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김영권 기자가 인권과 인도적 문제를  알아봅니다.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발표되자 한국 내 보수층들은 안보 현안 뿐 아니라 인권 문제도 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말입니다.

강재섭 대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또 북한 인권 개선 문제 등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2차 정상회담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납북 어부 몇 명만이라도 데리고 와야지 단순히 사진찍기용, 대선용 회담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납북자 가족협회와 탈북자 단체 등 여러 시민단체들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인도적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전쟁납북자가족협회 이미일 이사장과 북한민주화위원회 김성민 부위원장의 말입니다.

이미일 이사장: “항상 북한이 바라는 대로 우리가 잘 맞춰서 따라주고 도와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좀 자신감을 갖고 우리가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니까 당당하게 의제로 저희 (납북자) 문제를 공식적으로 채택해서 제안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성민 부위원장: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를테면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 조건을 걸구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돌려보내는 문제 등을 회담을 통해 풀어나가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북한자유연합 등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한발짝 더 나아가 북한주민에 대한 김정일 정권의 인권탄압에 대해 노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이미 유엔에서 결의안을 여러 번 채택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역시 한국사회에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온 인도적 사안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안들은 그동안 남북 협상에서 논의가 거의 금기시 돼 왔습니다. 북한 정부가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한국은 다른 협상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논의 자체를 꺼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상회담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2000년과 달리 이번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적어도 이산가족 상봉 확대와 함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회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후 한국의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등 인도적 의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16%~ 26% 로 핵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이어 세번째로 높게 나왔습니다. 

한국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소의 김병로 교수는 인도적 의제는 남북한이 냉전을 청산하고 진정한 평화로 가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김병로 교수: “전쟁 문제를 다루려면 당연히 전쟁시기와 전쟁 이후 행방불명된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언급해야 겠지요. 물론 국군포로 얘기도 해야겠구요. 그러나 분단된 지 60년이 지났기 때문에 화해, 평화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는 (정상들끼리)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풀릴 수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국군포로를 예로 들며,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수적으로 훨씬 많은 인민군 포로와 소수의 국군포로 교환을 거부하고 북측 포로들을 자유롭게 풀어줬기 때문에 한국이 국군포로 송환을 요구할 법적 명분이 부족하다며, 이런 사안들은 정상들끼리 정치적으로 풀어야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한국 정부는 6.25 전쟁 당시 포로교환 기회를 박탈당한 국군포로 1천6백51명 가운데 5백여 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전쟁 기간 중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를 8만여 명, 전쟁 후 납북자를 4백84명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최근 한국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야말로 정상끼리가 아니면 풀 수 없는 난제’라며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열린 제 18차 남북 장관급회담 등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대규모 경제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북측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한국의 박경서 전 국가인권대사는 인도적 의제 등 인권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처음부터 제기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박경서 전 대사: “대화의 선과 후를 구분할줄 알아야 될 것입니다.  무거운 얘기들을 꺼내서 될 수 있는 애기들을 처음부터 훼손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신뢰를 구축해서 모임을 정례화시키는 것부터 하고, 평화정착을 위해서 이런(인권) 문제들이 있다는 것은 차후에 해결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현재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있는 박 전 대사는 2박 3일이란 기간은 너무 짧다며, 인도적 의제는 우선 운을 띄운 뒤 장관급 또는 차관급 회담에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계 역사에서 정상 간 회담은 냉각된 당사자 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촉매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중국의 마오쩌둥 전 주석의 정상회담은  미-중 국교정상화로 이어졌고, 과거 동서독 정상회담은 관계개선과 인적교류에 중요한 물꼬를 텄습니다. 지난 2002년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일본인 납북자 5명을 데려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솔직한 대화가 이어져 노 대통령이 귀환길에 국군포로나 납북자를 데려오는 깜짝쇼를 연출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김병로 교수는 그러나 그런 상상은 희망일 뿐 실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합니다.

김병로 교수: “김 위원장이 통 큰 정치를 한다고 하니까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납치 문제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하는 차원에서 몇 사람을 돌려보냈으면 하는 기대가 있지만 남북관계가 그런 정도까지 진전을 했는지…현실을 보면 회의적입니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거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한은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후 5차례 화상상봉과 금강산 등에서15차례 이산가족방문단 교환행사를 실시해 지난 8일 현재 총 3천 8백57가족, 1만 8천명 이상이 서로 만났습니다. 하지만 상봉 신청 이후 아직 만나지 못한 대기자가 9만 2천명이 넘고, 상봉을 한 사람들은 편지를 주고 받거나 다시 상봉 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의 서신이나 전화교환, 면회소의 조속한 설치, 나아가 이산가족끼리 1년에 1~2번 이라도 정례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 등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에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이산가족에 대한 정상회담 의제 채택 가능성은 실현 여부를 떠나 한국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최근 정상회담과 관련한 한국 내 각종 설문조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응답은 5% 이하에 그쳤고, 한국 정부 역시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