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시기와 장소 선정 등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회담을 고집하는 것은 신변안전 때문인 것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오는 28일 열리는 노무현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가장 큰 의문은 ‘왜 또 평양인가’ 하는 것입니다. 7년 전인 2000년 평양에서 열린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15공동선언에 따르면 이번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기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측과 정상회담 예비접촉을 한 한국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북한 측이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 평양이 가장 품위 있는 장소가 되겠다고 제의해 노 대통령이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보다는  한국은 김정일 위원장을 서울로 초청했지만 북한당국이 이를 거부해 노 대통령이 평양행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당초 제주도 등을 정상회담 장소로 고려했지만  신변안전에 위험을 느껴 회담 장소를 평양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 이항구 씨입니다.

두 번째 의문은 ‘시기’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의 12월 대통령 선거를 불과 석달여 앞두고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대선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선거 때마다 북한과 관련한 이른바 ‘북풍’이 불었지만 그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4월 16대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1차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됐지만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패하고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 됐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이 대선에 미칠 영향도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의 지적입니다.

또다른 의문은 한국이 언제 미국에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귀띔해 주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서울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8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통고했다는 것입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입니다.

그러나 외교 관측통들은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파악한 시점은 그보다 빨랐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설이 나돌 때부터 서울의 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미-북 관계도 함께 좋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북 관계가 잘 되야 남북관계가 잘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한국의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에 엄청난 지원을 퍼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1차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현대그룹을 통해 4억 달러를 보낸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같은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고 있습니다.청와대의 천호선 대변인은  9일  “이는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 기본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 법에 따르면  남북 간에 합의됐더라도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는 국회의 비준을 받게 돼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설사 1백억 달러짜리 대북 경협 계획에 서명해도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한갖 종이 쪽지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밖에 또다른 궁금증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합의를 만들어 낼까 하는 것입니다. 북한 관측통들은 1차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6.15 공동선언을 내놨듯이 이번에도 회담이 끝나는 8월30일 공동성명 형태의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발표에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협력, 그리고 통일 문제가 담길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북한 전문가는 두 정상이 북한의 연방제와 남한의 연합제 통일방안을 절충할 수 있는 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