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측근이자 선거참모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이 이달 말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시 행정부 최고의 선거전략가로 불려온 로브 차장은 최근 중앙정보국 요원의 실명 공개와 관련한 ‘리크 게이트’ 사건과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뤄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11일 중서부 아이오와 주에서 실시된 공화당 대통령 후보 모의선거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1등을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워싱턴의 정치권에서는 흔히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선거의 귀재!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현대판 마키아벨리!” 등으로 지칭합니다.

지난 10년 이상 부시 대통령을 보좌해 온 로브 차장이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말에 사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브 차장은 1년 전부터 사임할 뜻을 갖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이민과 이라크 정책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미국 내 논란이 가열되면서 시간이 늦쳐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로브 차장은 최근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이 9월 첫 주 노동절 뒤에 남는 참모들은 2009년 1월 부시 대통령의 퇴임 때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한 뒤 백악관을 떠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1993년 텍사스 주지사에 출마할 때부터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해 온 로브 차장은 2000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2006년 중간선거 전 까지 각종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워싱턴의 정치 분석가들은 정확한 유권자 분석을 통해 주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로브 차장의 선거전략은 공화당 최고의 선거전략가란 호칭에 손색이 없다고 말합니다.

로브 차장은 그러나 상대진영인 민주당과 진보층으로부터  `야비한 정치공작가'란 비난도 함께 받아왔습니다.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집요하게 파헤쳐 보수층의 도덕성 결집을 유도하는가 하면, 이라크 정책에 반대하던 전직 관리의 부인이 중앙정보국 CIA 비밀요원임을 언론에 유출한 이른바 ‘리크 게이트’ 사건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로브 차장은 특히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패하고 최근 진보성향의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면서 정치적 수세에 몰렸습니다.

로브 차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텍사스의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백악관을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망과 관련해 로브 차장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브 차장은 힐러리 의원을 강인하고 끈기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며, 민주당이 올 가을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부시 대통령이 예산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공화당이 반사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지난 11일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에서 실시된 공화당 대통령 선거 당원 모의투표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득표율 3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모의투표에 공화당의 유력후보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존 맥케인 상원의원, 그리고 아직 출마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프레드 톰슨 전 테네시주 주지사가 나서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롬니 전 주지사가 텔레비전 광고 등 많은 자금을 투입해 공을 들인 지역이라 다른 후보들이 모의투표를 기피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오와주는 내년 1월 미국 50개주 가운데 공화당 당원대회(코커스)가 처음 열리는 곳으로, 대선 후보의 향방을 가늠하는 차원에서 과거 중요한 승부처로 여겨져 왔습니다.

롬니 전 주지사는 이번 승리를 통해 큰 걸음을 (Big Start) 내딪었다고 말했습니다.   

롬니 전 주지사는 자신의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자신이 시간과 공을 들인 뉴 햄프셔주와 아이오주 첫 두 곳에서 매우 선전하고 있어 기쁘고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모의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오주가 매우 보수적인 곳이기 때문에 유력 후보들이 낮은 득표율을 우려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우회적으로 비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