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한 제2차 정상회담은 회담 발표 시기와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지난 2000년의 1차 정상회담 때와 대비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1차와 2차 정상회담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문: 먼저, 같은 점 부터 살펴보지요. 시기적으로 볼 때  두 정상회담이 모두 한국에서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을 들 수 있죠?

답: 그렇습니다. 1차 정상회담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사흘 앞두고 발표됐고, 2차 정상회담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11일 전, 그리고 대통령 선거 3개월여 전에 발표됐습니다.

이 때문에 7년 전 처럼 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즉각 시기와 장소, 절차가 모두 부적절한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조건부 찬성론을 펴면서도, 정상회담이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그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정상회담 시기는 국내정치 상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 정부는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발전과 북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시기라면 언제든지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한 가지 주목할 것은 2000년의 경우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 정상회담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선거에서 패했다는 사실입니다.    

1차와 2차 남북정상회담의 또다른 유사점으로는 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에 김대중 정부 관계자들이 대북 뒷거래로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김만복 국가정보원 원장이 남북 간 비밀접촉 과정에서 특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문:그런가 하면, 지난 2000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우호적인 북-미 관계가 정상회담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2000년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포괄적인 방안을 축으로 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유연하게 변화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문제 해결 과정과 북 핵 2.13 합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 차관보의 방북, 그리고 북한의 핵 시설 폐쇄 등 제2차 북 핵 위기 이후 북-미 관계가 가장 좋은 시기에 열리게 됐습니다.

문: 또 한편에서는 지금이나 지난 2000년 당시 모두 북한은 현실적인 경제적 이유 때문에 정상회담에 합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북한이 2000년 당시에는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기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개발 지원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판문점에서 열린 6자회담 에너지, 경제 지원 실무그룹 회의에서 외부의 투자를 이끌어 내 장기적인 개발계획을 세우는데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회담 장소가 평양으로 결정된 것도 같은 점입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 선언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답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만복 한국 국가정보원 원장은  장소는 상관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만복 한국 국가정보원 원장: " 북측이 평양을 제의하면서, 노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는 평양이 가장 적절한 장소가 되겠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갈 것을 결심했습니다."

문: 자, 계속해서 이번에는 두 정상회담이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답: 네, 지난 2000년의 1차 남북정상회담이 2차 북 핵 위기 이전에 열린 반면에 오는 28일 열리는 2차 정상회담은 2.13 합의 2단계 조치 이행 등 2차 북 핵 위기 해결에 중대한 시점에서 열리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청와대 백종천 안보실장도 바로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백종천 안보실장:

" 9.19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실천단계로 이행되는 시기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북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 핵 문제 해결에 기반을 둔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논의할 예정입니다.

문: 지난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중반에 정상회담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불과 8개월 남겨놓은 시점에 정상회담을 갖게 된 점도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답: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임기가 불과 몇 달 밖에 남지 않았고, 지지율도 상당히 낮은 노무현 대통령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둘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측에서는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은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의미에서 단기적 성과 뿐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도 그런 일들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1차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매우 촉박하게 일정이 정해진 점도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00년에는 정상회담을 2개월 넘게 남긴 4월10일 회담개최가 발표된 반면 이번에는 불과 20일 남짓 남긴 시점에 발표됐습니다. 최근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서둘러 정상회담이 추진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밖에 1차 때 북한이 발표한 합의문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적혀 있는 반면, 이번 합의문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한국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1차와 2차 남북정상회담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