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관심은 주로 북 핵 문제에 미칠 영향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은 실패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남북한의 제2차 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미국의 한반도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6자회담 당사국들이 2.13 합의 2단계 조치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여기에 미칠 파장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GORDON FLAKE) 소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개최 시기와 관련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6자회담이 한창이고 작지만 매우 중요한 진전이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됐다”며 “북한은 이를 통해 6자회담 합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한미 간 공조를 분열시키려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특히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뭔가 업적을 남기는데 치중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은 미국을 배제한 채 민족끼리 풀자는 논리로 남북 간 평화협정 체결을 원할 수 있다”며,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한미 동맹관계와 6자회담 진전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이행이 없으면 한반도 평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하며, 그런 원칙 없이 북한의 요구만을 수용한다면 궁극적으로 ‘실패한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게 플레이크 소장의 주장입니다.

미국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선임연구원도 한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을 용인할 수 있다는 오해를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미국의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충분히 진전시켰다고 판단한 후,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경제, 문화 교류를 가져온 2000년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 안보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말 뿐인 평화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북한의 비핵화 이행 같은 실질적인 행동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특히  “설사 북한이 한국의 경제적 지원에만 관심이 있고 안보 분야의 진전을 원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의 혜택은 현실화될 수 없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주지시킬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한반도 문제의 긍정적 발전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갈 (LEON SIGAL) 박사는 정상회담 개최는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시갈 박사는 “북한은 미국이 한국의 화해 노력에 협력하지 않는 한 절대로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북한이 이해했고, 또 이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시갈 박사는 이어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가져오는 길은 남북 협력을 확대하고, 북한의 경제에 한국이 보다 깊숙히 관여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이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의 돈 오버도퍼 (DON OBERDORFER) 교수는 정상회담 개최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앞으로 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이 한국을 비롯한 외부 국가와 대화를 갖는 것은 긍정적이며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선에서 이뤄진다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이어 “이미 미국도 북한과 양자대화를 하고 있는 마당에, 남북정상회담은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6자회담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