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하원은 30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종군위안부 결의안은 그동안 미 의회에 여러 차례 상정됐지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하원의원 1백68명의 공동후원에 힘입어 본회의에서  구두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미국 하원의 이번 결의안 채택에 따라, 국제적으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근삼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의회 하원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과, 그리고 역사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하원은 민주당 소속 마이크 혼다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30일 구두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결의안은 193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때까지 일본군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젊은 여성을 성노예로 강제동원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일본 정부가 이를 공식 인정하고 사과하며,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의안은 특히 일본 정부가 총리 명의의 성명을 통해 사과하고, 앞으로 이 사실을 부인하려는 세력이 있으면 반박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현재와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이 끔찍한 범죄에 대해 교육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서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진실을 감추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비난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일본은 아직도 소위 ‘종군위안부’로 동원돼 고통을 겪은 여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미-일 동맹관계를 가치있게 여기는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일부 세력이 계속해서 역사를 부인하고 왜곡하며, 오히려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랜토스 위원장은 이어 “소수에 의해 행해졌건, 다수에 의해 행해졌건, 어떤 나라도 과거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국가적 화해와, 희생자 치유를 위해 일본은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톰 데이비스 의원도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데이비스 의원은 “진정한 친구는 잘못을 지적한다”면서 “미국은 일본의 우방으로서 과거 일본이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를 세상에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 의원은 또 “일본은 역사를 부인하지 않고 인정해야만 또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채택되자 그동안 이를 지지해온 미주 한인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본회의장에서는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모여든 한인 수십여명이 결의안 통과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종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본회의장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는 감격적인 순간을 함께 했습니다.

“미국 국회에서 오늘을 한을 풀어주는 시작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마이크 혼다 의원님, 펠로시 하원의장, 또 여러 의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감사드립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월 하원 소위원회에서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직접 당시 상황을 증언했으며,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에서 직접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날 표결에 참석한 의원들도 한결같이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용기를 크게 평가했으며, 법안 채택에 기여했음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그동안 결의안 지지 캠페인을 벌여온 미국 내 한인들은 이날 통과가 시민의 힘이 모아져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소장은 미국 전역의 한인들이 힘을 모아서 처음으로 큰 정치적 결실을 이뤄냈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결의안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처음으로 미국의 정치권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일본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기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동석 소장은 또 “이번 결의안 채택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어떠한 정치적 로비도 시민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일본은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활발한 로비활동을 펴면서, 주미 일본대사가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에 ‘결의안 통과는 미-일 관계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0일 결의안 통과로 이런 저지 노력은 수포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