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억류사태가 1일로 14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31일 탈레반이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 씨를 추가로 살해한 데 대해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탈레반이 다시 제시한 최종 협상 시각, 8월1일 오후 4시30분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협상 진행의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들 가운데 심성민 씨가 살해됐다고 31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심 씨는 탈레반에 인질로 잡힌 한국인 23명 가운데 앞서 살해된 배형규 목사에 이어 두 번째 희생자가 됐습니다.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 대사는 이 날 탈레반 측 협상대표와 첫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져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간 직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앞서 한국 외교통상부의 조희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납치단체에 대해 더이상의 만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희용 대변인: “우리 정부가 아프간 정부와 협의하며 피랍된 국민에 대한 석방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 납치단체가 무자비한 살해를 자행한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입니다.”

한국 정부는 또 이날 오후 '아프가니스탄 내 추가 희생자 발생에 대한 정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성명에서 정부는 또다시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국민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성명에서 현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한계를 처음으로 적시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천호선 대변인: “우리 국민들의 석방조건으로 수감자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인질 문제 해결과정에서 국제사회가 견지해온 원칙을 잘 알고 있지만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원칙적 입장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도적 관점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성명은 아프간과 미국 정부를 향해 보다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아프간 대통령까지 면담했음에도 두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악화된 것은 한국 정부의 외교력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언론들은 또 사태해결의 열쇠는 결국 미국이 쥐고 있다며, 오는 5일부터 이틀 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는 기존의 원칙적 대응론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의 하마이온 대변인은 31일 오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절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요구하는 인질과 수감자 교환은 절대 없다며 반대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역시 "테러분자들과의 협상은 없다"는 기존의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태가 아주 어려운 상황임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아주 미묘하고 인질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일이 일절 벌어지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세부사항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기존방침을 고수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미국은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을 통해 한국 정부가 8월1일 오후 4시30분까지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인질들을 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특히 다음 인질은 여성도, 남성도 될 수 있으며 인질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피랍자 가족들은 전날 `알자지라 방송' 을 통해 피랍자들의 동영상이 공개된 데 이어 심성민 씨의 추가 살해소식이 전해지자 남은 인질들이라도 살려달라며 오열했습니다.

피랍자 가족들은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한다고 밝혔습니다. 

피랍자 가족 김경자 씨: 저희 가족들은 미국이 21명 생명을 구해주기 위해 보다 정치적이 아닌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길 호소합니다.

피랍자 가족들은 특히 무력사용 가능성과 관련해 가족들의 생사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남은 21명의 조속한 무사귀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세계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각국 외무장관들은 31일 탈레반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인질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희생자들과 한국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57개 이슬람 국가가 소속된 이슬람회의기구 역시 성명을 내고, 무고한 시민을 인질로 잡은 것은 이슬람 교의와 숭고한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반이슬람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