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외교장관 회담이 다음 달 2일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ARF가 열리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한편 30일부터 마닐라에서 회담을 시작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에 대해 환영을 표시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다음 달 2일 만날 예정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30일, 송 장관과 박 외무상이 다음 달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의 장외 회담 형식으로 일 대 일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남북한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2.13 합의의 2단계 조치 이행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송 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대신해 참석하는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인질사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은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에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 등 아세안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세계 27개국 관련국 장관들이 참석하는 아시아 지역 최대의 안보기구입니다.

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8일 마닐라에 도착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29일 핵 계획을 폐기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필리핀 외무부의 클라로 크리스토발 대변인은 박 외무상이 이날 알베르토 로물로 필리핀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지난 2월의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박 외무상은 6자회담의 모든 당사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식에 협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박 외무상은 핵 시설 불능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지난 2월의 합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뒤따라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크리스토발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박의춘 외무상은 다른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일본의 아소 다로 외상과는 회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고, 일본 `NHK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NHK는 박 외무상을 수행 중인 정성일 북한 외무성 아주국 부국장의 말을 인용해, 박 외무상은 태국과 싱가포르 등 참가국 외무장관들과 회담할 예정이지만, 일본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회의기간 중 일본의 아소 외상과 회담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일본 측의 요청이 있더라도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30일 마닐라에서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담이 시작됐습니다. 알베르토 로물로 필리핀 외무장관은 아세안 10개 회원국 모두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도 이날 회담 개막연설에서, 북한의 핵 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 수용 소식을 접하게 돼 기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로요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계획을 완전히 폐기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로요 대통령은 또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서 장외 회담 형식으로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 간 회담을 주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로요 대통령은 아세안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반드시 6자회담 형식이 아니더라도 북 핵 폐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