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 핵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비교적 순탄하게 북한 영변의 핵시설 불능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던 미국과 북한이 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치열한 ‘경수로 장외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북 간의 이같은 장외 공방이 핵 불능화 등 2.13 합의 2단계 이행 과정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이번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확인된 북한의 ‘불능화 단계’ 이행 의지가 오는 9월 초 차기 6자회담까지 순조롭게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답: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 핵 6자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북한측이 이번 회기에서 합의 이행에 시간을 끌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인했고 나머지 참가국들도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 등의 상응조치 이행에 성실히 나서겠다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질문) 그밖에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또다른 근거들이 있습니까?

답: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가 다른 어느 때 보다 진지하고 실무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회기 동안 ‘2·13 합의’의 틀을 깰만한 새로운 요구를 강하게 내세우지도 않았고 불능화 단계까지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제공하게 돼 있는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을 어떻게 받기 원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실무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게 회담 당국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입니다.

(질문) 미국도 연내 불능화를 위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관계정상화 관련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해준 점도 이같은 흐름에 도움을 주겠죠?

답: 네,그렇습니다. 서울 외교가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송금문제의 장기화로 협상 피로감이 우려됐던 미국도 연내 불능화를 전제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등 관계정상화 관련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뜻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것도 낙관론에 큰 힘을 싣는 대목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납치문제에 최우선 순위를 둔 채 중유 95만t 상당의 상응조치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 이번 회기내 6자 수석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질문) 이같이 낙관적인 분위기라면 2단계 협의는 순조로울 것 같은데,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나요?

답: 네,이런 전망대로 진행된다면 각 참가국들은 8월 실무그룹 회의에서 핵시설 불능화와 신고의 세부 이행방안,대북 상응조치 제공 방식,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절차 등에 대강의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이어 9월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에서 신고 및 불능화 이행에 대한 합의문을 도출한다는 목표까지 세워두고 있습니다.

(질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2단계 협의 단계마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요?

답: 네,그렇습니다. 협의 단계마다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지뢰’들이 곳곳에 널러 있어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불능화’의 개념규정부터 핵프로그램 신고차원에서 논의될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보유 의혹 규명,보유 핵무기의 신고 문제 등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간 이견을 빚을 수 있는 이슈들이 적지 않은 까닭입니다.

예컨대 UEP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미국이 최근 핵무기 제조 목적인 ‘고농축 우라늄(HEU)’이란 표현 대신 중립적인 ‘우리늄 농축’이란 표현을 쓰면서 다양한 논의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막상 협의에 들어가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고 보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완전한 신고’라는 ‘2·13합의’ 내용을 존중해 신고 대상에 보유 핵무기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관련국들의 기대대로 움직일지도 현재로선 장담키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김계관 부상은 지난 21일 평양으로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생각을 좀 해보면 알게 되겠다.”며 애매한 답변을 했습니다.

물론 애매한 답변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는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것은 현존 핵계획”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일단 불능화 및 신고의 대상은 핵시설에 국한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따라서 핵프로그램 신고 논의 국면에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인 셈입니다.

문: 경수로 문제도 주된 걸림될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김 부상은 21일 기자들에게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려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뉘앙스상 경수로를 불능화 다음 단계인 해체 단계의 조건으로 연결해 놓긴 했지만 북한이 불능화 논의 단계에서 경수로 제공에 대한 5개국의 약속을 미리 받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각의 분석입니다.

특히 경수로 제공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 문제와 연결짓고 있는 북한의 기존 입장으로 미뤄 미국과 경수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미국은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한 이후 경수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북한이 조기 논의 착수를 요구하고 나서면 상황이 어렵게 전개될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