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해외 노동인력 파견 규모가 계속 늘어나 현재 45개국에 적어도 2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일성대 교수 출신의 조명철 박사는 그러나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력 수출에만 치우친 북한의 폐쇄적 정책이 효율적인 경제운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1990년대 사회주의 무역시장 붕괴 이후 노동인력의 해외진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3일 발표한 `북한의 해외진출 현황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합작, 합영, 단독 진출 등 세 가지 형태로 전세계 45개국에 2만~3만명의 인력을 수출하고 있으며, 대부분 인력을 북한이 공급하고 현지의 기업이 자금을 공급하는 합작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해외진출을 통해 공식적으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 규모는 연간 대략 4천만~6천만 달러로 추정된다며, 이는 주로 인력송출과 서비스 제공을 통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을 주도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북한이 과거 전통적인 해외진출 주요 업종인 건설과 봉제업을 벗어나 요식업과 수산, 호텔업,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명철 박사: 북한의 전통적인 해외진출은 건설업이 주를 이루지 않았습니까? 특히 80년대에요. 중동을 중심으로 해서 리비아라든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라든가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주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사회주의가 붕괴되면서 급격한 외화난을 겪습니다. 이 것을 해결하자면 북한이 국제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몇가지 업종들이 진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히 1990년대에 급격히 요식업이 많이 늘어났구요. 많지는 않지만 호텔업도 있구요. 금융합작 사업도 있구요. 그래서 서비스 부문에 많은 해외진출이 이뤄졌습니다.”

김일성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조명철 박사는 북한은 외화부족 등 경제난을 겪고 있어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 단순 인력공급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진출기업이 영세한데다 외화벌이에만 몰두하고 있어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이런 문제점과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4천만~6천만 달러의 외화수입은 북한이 일반 물자를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순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라고 말했습니다.

조명철 박사: “그 정도의 수익이라면 역으로 말해서 북한 국내에서 수출품을 생산해서 순수입을 그 정도로 올리려면 대단히 많은 수출품을 생산해서 무역을 해야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북한이 현재 10억 달러도 안되는 규모의 수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수출에서 얻을 수 있는 순수입이 아마 1억 달러도 안될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무역에서 얻는 순수익 대비 대외 진출을 통해 얻는 수입은 대단히 크다고 봐야죠”

보고서는 북한이 건설과 봉제, 임업 등에 인력을 파견해 적어도 3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식당 등 요식업을 통해 1천 3백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별로는 러시아의 벌목과 건설, 농업 분야 등에 8천~9천명을 보내고 있고 쿠웨이트의 건설 분야에 3천 5백 여명, 아랍에미리트에 건설업과 봉제업으로 1천 6백~2천명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는 요식업과 같은 서비스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설비와 부동산 개발, 식품가공, 관광 외에 정보기술, IT 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의 북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지역과 분야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건설업의 경우 1인당 매월 미화 2백~3백 달러를 받지만 북한 정부 산하 회사가 미리 받은 뒤 보험료와 숙박비 등을 제하고 50달러 정도만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요식업에 종사하는 식당 복무원 (봉사원)들 역시 정부가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매월25~30 달러 정도를 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에너지와 산업원자재 수입,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과 가족들의 생활유지비, 특수기관 운영비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명철 박사는 그러나 해외파견 인력 규모와 외화 수익을 비교해 볼 때 북한 정부가 수익성이 매우 낮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조명철 박사: “외화수입이 그 정도라는 것은 효율성이 대단히 낮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구요. 나가 있는 기업들이 대단히 영세하고 현지에서의 경영 비효율성, 투자나 경영의 여러가지 어려움, 이런 것들이 겹쳐서 수익성이 대단히 낮습니다.”

조 박사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해외진출은 전략과 정책, 그리고 경영방식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크게 확장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조 박사는 6자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진다면 서비스 업종의 해외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해외사업이 비교우위에 입각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적 차원에 맞춰져 있지 않고 당면한 외화난을 극복하는 수준의 단순 정책과제 수행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대규모 수익사업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 정부가 해외에 더 많은 관리들을 파견해 시장경제 교육을 받게 하고 내부적으로 구조개혁을 꾀할 때 진정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명철 박사: “지식과 현실과 경험, 교훈들을 충분히 습득하고 돌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고 느낀 경험과 교훈, 현실들을 국내에서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문제점을 찾고, 이를 지속하고 고쳐 나갈 수 있는 정책적 환경, 사회적 환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것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수 천명이 수백번 밖에 나가 보고 왔다고 한들 누가 바른말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북한의 잘못된 경제체제를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