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는 경수로 지원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3일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 뒤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 미국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올해 안에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거듭 밝혔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향하면서 ‘영변 핵 시설을 해체하려면, 경수로가 제공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3일 기자회견에서 김 부상의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경수로 논의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나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힐 차관보는 “경수로 문제는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협정, NPT에 복귀한 뒤에 논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 회담은 비핵화의 구체적 시한이나 조건을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올해 안에 북한의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 등 2.13 합의 2단계 조치 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개인적으로 올해 안에 이행되기를 바라며, 이는 매우 실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내년 안에도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특히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이행에 앞서서 중유 95만t 에 상응하는 경제지원 방법 등 풀어야 할 사안들이 많지만, 불능화 과정은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이뤄질 문제이며 북한이 하려고만 하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힐 차관보가 밝힌 바에 따르면 6자회담 당사국들은 다음 주부터 8월 말까지 5개 실무그룹 회의를 잇따라 열어 2.13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논의하며, 9월에는 이를 바탕으로 6자회담 본회담과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한다는 계획입니다.

힐 차관보는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논의될 양국 관계와 관련,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시작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 며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협의에서 이 문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겠지만,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관계를 정상화 하지는 않는다는 이해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어 미-북 관계에서는 핵 문제 외에도 인권 등 국제적인 기준에서 계속 제기해야 할 문제들이 있겠지만, 핵 문제 해결 이전에는 이런 문제들에 다가갈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을 재개하는 문제도 언급됐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전세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의지가 있으며, 북한의 요청과 필요를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는 데는 지원물자가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감시체제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