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13 합의에 따라 지난 14일 영변의 5 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중단 사실을 공식 통보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에 따른 핵 시설 동결에 이어 두 번째 가동중단이 됩니다. 이 시간에는 지난 1993년 1차 핵 위기 이후 지금까지 북 핵 문제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어왔는지 정리해 봅니다. 좀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 핵 문제는 크게 1차 핵 위기와 2차 핵위기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1차 핵 위기는 1993년3월 시작된 핵 위기인데, 이 문제는 이듬해인 1994년 10월 제네바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기본합의가 이뤄지면서 일단락됐습니다.

2차 핵 위기는 그로부터 8년 뒤인 2002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1차 핵 위기는 1993년 3월 12일 시작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을 추방했습니다. 한마디로 거추장스런 국제조약을 폐기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유엔이 즉각 나섰습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NPT 탈퇴 철회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채택하는 한편 북한과의 협상에 나섰습니다. 당시 미국측 핵협상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부차관보는 뉴욕과 제네바를 오가며 북한과 19개월에 걸쳐 핵협상을 벌였습니다.

이 와중에 한반도에 자칫 전쟁이 날 뻔한 위기도 있었습니다. 94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추출하자 클린턴 행정부는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그 해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김일성 주석 면담으로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중단됐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미국과 북한은 제네바에서 일련의 협상을 벌였습니다. 당시 미국측 갈루치 부차관보와 북한측 강석주 외무성 부상은 94년 10월 역사적인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이 합의의 핵심은 핵 동결과 경수로를 주고받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북 핵 1차 위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2차 핵 위기는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지 8년 뒤인 2002년 10월에 시작됐습니다. 새로 출범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파키스탄과 유럽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등을 몰래 수입하고 있다고 의구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2002년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평양에 보내 이 문제를 추궁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강석주 부상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핵무기보다 더한 것도 보유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은 이 발언을 평양이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2차 핵 위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습니다. 북한은 그 해 12월 영변 핵시설의 봉인을 해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추방했습니다. 미국도 이에 맞서 대북 중유 공급을 중단하고 경수로 사업도 중단시켰습니다.

북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 9월 베이징에서 4차 6자회담이 열렸습니다.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9.19 공동성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합의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에 강력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 BDA에 예치된 북한자금 2천5백만 달러를 동결시키는 등 대북 압박을 가하자 북한도 초강경으로 맞섰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0월9일에는 지하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는 즉각 대북 강경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결의안 1718호를 채택해 평양에 경제, 외교적 제재를 가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냈습니다. 미국의 핵협상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측 김계관 부상과 접촉해 올 2월 베이징에서 핵 문제의 해법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2.13 합의입니다. 미국은 이 합의에서 마카오 BDA은행에 예치된 2천5백만 달러를 북한에 돌려주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등  5개항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마카오 BDA에 예치된 북한 자금 2500만달러를 돌려주는 것이 당초 예상보다 시일이 더 걸려 지난달에서야 간신히 송금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북한은 14일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 사실을 미국 등에 공식 통보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북한 핵 문제는 14년 전 미국과 북한이 합의했던 동결로 되돌아 간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첫 걸음마를 떼놓은 것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