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첨단 전자장비를 갖춘 미국의 5세대 전투기 F-22 구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F-22 수출을 놓고 찬반 양론이 거셉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불균형이나 첨단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수출에 반대하는 의견과, 일자리와 국부창출 등 경제적 시각에서 수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F-22 랩터. 최고 속도 시속 2천8백 킬로미터로, 반경 2백여 킬로미터에서 직경 1미터 크기의 물체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은 1억 5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공군은 당초 F-22를 7백50대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문제 때문에 1백83대만 구입하기로 구매 계획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미국 내에서 F-22의 해외수출 여부가 관심사가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F-22 구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입니다. 지난 4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F-22 구매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F-22의 일본 판매 여부가 미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내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상원은 최첨단 기술의 해외유출을 금지하기 위해 2015년까지 F-22의 해외판매를 막는 법을 제정했으며, 일부 폐기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에서 이같은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크리스토퍼 보콤 박사는 법안 폐기에 계속 반대해 온 미국 의회가 현재로서는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고, 그 법안이 폐기된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법안이 폐기된다고 해서 바로 일본에 전투기를 팔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지난 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F-22 의 해외수출에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고위 관리들은 해외수출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은 지난 6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요청한 F-22 자료와 관련해 "미국법에 저촉되지 않는 기본적인 자료만 제공했다"고 밝혔다고, 한국의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F-22에 대한 규제가 조만간 완화될 것이라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며 '판매불가'라는 미국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공군의 F-22 배치 축소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해외수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총 7백억 달러에 달하는 F-22 계획의 주계약업자인 록히드마틴사의 경우 조지아주의 마리에타와 텍사스주의 포트워스,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의 공장 등에서 3천3백51명을 고용하는 등 매년 수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고, 전투기 날개와 기체 등을 생산하는 보잉사 등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공군이 F-22 구매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대폭 축소하면서 이들 업체 입장에서는 수천명의 숙련된 기술진이 실직하고 막대한 투자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일본에 F-22를 판매하게 된다면 이 생산라인과 고용을 유지하고,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수출 찬성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보콤 박사는 미국의 항공전문가들은 정치,군사적 요인보다 미국 내 산업적 측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습니다. 방위산업체들은 F-22 설비 계약이 2010년이면 종료되기 때문에 더 많은 비행기를 계속 만들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로 판매처를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의회에 끊임없이 넣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수출이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국내경제와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거꾸로 기술 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F-22 의 일본 수출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보고서는 일본이 군사적으로는 동맹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라이벌이라며,  F-22에 다양한 상업기술이 사용된 점을 고려할 때 기술 유출이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과거 일본의 이지스 체계 관련 정보 유출처럼 F-22 기술의 제3국 유출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본 국내상황에 따른 변수 역시 F-22의 해외수출 찬성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제정된 평화헌법은 공격 목적의 군 보유와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일본 헌법을 고려할 때 과연 F-22 같은 최신형 공격 무기가 일본에 적합한지 여부가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국방예산이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 GDP의 1%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미사일방어, MD 구축사업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대에 1억 5천만 달러나 하는 F-22 구입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의회조사국의 엠마 찬레브리 박사는 일본은 또한 예산제약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다른 부처를 포함해 국방예산이 최근 줄어든 상황에서 F-22 구입 방안을 모색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이 식민지배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F-22의 일본 판매가 한국과 중국을 격분케 해 군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