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미북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과 관련해 이 문제는 나중에 논의할 사안이라며 군사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다음주 재개될 6자회담에 앞서 북한이 이같은 제안을 한데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판문점대표부 대표는 13일 담화를 통해 미북 군사회담을 “쌍방이 합의하는 임의의 장소에서 아무 때나”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유엔 대표는 참가하되 한국과 중국을 배제한 양자회담을 열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13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5년의 9.19 공동성명에는 여러 관련국들이 따로 회담을 갖고 한반도 휴전체제를 영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명시돼있다”고 말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그러나 이 문제는 나중에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다음 6자회담에서 미국과의 협의중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6자회담 틀안에서 좀 더 자세히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날 일본에 도착한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제안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며 미국은 “이를 검토해 신중하게 대답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어 “미국은 분명히 한반도의 핵과 에너지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평화와 안보 같은 보다 광범위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다음 주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재개될 6자회담의 의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번 주 부터 일본과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한편,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을 앞두고 이런 제안을 갑자기 들고나온 배경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진보센터’의 조셉 시린시오니 수석 부소장은 1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중요하거나 민감한 일이 전개될 때 항상 이런식으로 행동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부소장은 북한은 이번 제안으로 “영변 핵원자로의 폐쇄와 관련해 이른바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핵원자로를 확실히 폐쇄하기 위해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구를 6자회담에서 내놓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시린시오니 부소장은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는 “6자회담의 틀안에서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뜻을 북한측에 정중하면서도 확고히 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이번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3월 미국 뉴욕에 소재한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한 관리들은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두나라간 “전략적 관계는 군부의 개입 없이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제안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한국이 북한에 2.13 합의에 따른 중유제공의 첫 선적분을 보냈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 검증단이 북한에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인 만큼 북 핵 상황이 진척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미북 군사회담을 열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미국이 북한과의 광범위한 전략적 관계를 향해 빨리 나아갈 수록 미국 뿐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