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군사회담 개최를 전격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제의 배경과 앞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측의 이번 제의는 얼마 전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등이 비핵화의 진전에 맞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미국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북한이 ‘북·미 군사회담’을 전격 제의한 13일, 한국 정부의 관련 부처가 긴박한 분위기를 보였다지요?

답: 네,그렇습니다. 북한이 ‘북·미 군사회담’을 전격 제의한 이날 낮 한국 정부 관련 부처는 북한의 의도와 앞으로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루 내내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왜 우리를 빼고 (회담을) 요청했는지 좀 더 진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재정 장관은 그러나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문제는 남북간 대화를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한국측을 배제한 ‘북·미간 군사회담’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현재 유관부서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정리된 입장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정리가 되면 논평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질문) 북한이 ‘북·미 군사회담’을 전격 제의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답: 네, 북한의 이번 제의가 ‘2·13 합의’ 이행이 본격화하면서 6자 수석대표 회담을 눈앞에 두고 제기됐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주목되지만, 일단은 6자회담 진전에 새로운 장애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지난번 남북 군사실무 회담에서 장성급 회담을 앞질러가면서 일정에 합의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제안은 한국과의 군사논의 배제 의도라기보다는 남북 간, 북·미 간 군사회담이라는 2개의 양자 논의 구도를 만들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성렬 국제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그동안 진행돼온 남북 간 군사회담과 동시에 북미 간 군사회담을 열어 위협 감소 차원의 보다 큰 범주에서 논의를 갖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선전이라기 보다는 실질적인 제안을 던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질문) 사실 북한이 북·미 군사회담을 제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답: 네,그렇습니다. 북한은 이날 정전협정 조항을 거론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대표가 참석하는 북·미 간 군사회담을 열자는 주장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1973년 4월 김일 총리가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 데 이어 1974년 조(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또 1984년 남북과 미국 등 3자 회담을 제의한데 이어 1986년 남·북·미 3자 군사당국자 회담을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북한의 이번 제의가 실현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답: 북한측의 이런 제의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예정된 수순’으로 분석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는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입니다. 북·미 간 잠정협정 체결 등 일련의 북한의 주장은 한국이 배제된 어떤 협정도 북한과 체결할 수 없다는 미국측의 입장과 북한측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지속적인 정전협정 위반에 따른 신뢰 부족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북한측은 유엔 대표까지 포함시킨 북·미 군사회담을 열자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남한을 당사자에서 배제하고 있고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측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오히려 북한의 ‘2·13 합의’ 초기단계 조치 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6·25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부각되는 시점에서 나온 북측의 교묘한 ‘몸값 올리기 작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측의 제안이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북한측 주장대로 한반도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를 얘기하려면 남북한 당사자끼리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질문) ‘북·미 군사회담’을 제의한 북한 판문점대표부는 어떤 기구인가요?

답: 네,북한 판문점대표부는 지난 1994년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체해 설치된 후 유엔사와 북한군간 장성급회담과 미군 유해 인도,판문점 내 남북교류 행사 지원,공동경비구역(JSA) 북한측지역 경비 등의 임무를 맡고 있는 군사기구입니다.

북한은 남북간 군사문제나 비무장지대(DMZ)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판문점대표부를 통해 해결하고 있으며 주한 유엔군사령부와 연락과 협의 업무도 이를 통해 처리하고 있습니다다.한·미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을 비난 등 한반도 군사 대치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현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판문점대표부 대표는 리찬복 상장(한국군 중장에 해당), 부대표는 박림수 대좌(대령)가 맡고 있으며 이 외에 책임연락관 1명, 연락군관 5명, 통역관 3명 등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