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한 지 7개월이 되도록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반 총장의 취임 사실 자체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조총련 중앙회관에 대한 일본 당국의 수사에 항의하는 서신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지만 북한 언론들은 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김세원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1): 북한 언론들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박길연 대사의 편지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답: 네, 박 대사는 지난 6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 당국이 조총련에 대해 최근 실시하고 있는 압수수색은 일본의 외국인 혐오증에서 비롯된 비인도적 처사”라고 지적하고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억압을 비롯해 일본이 보이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문제를 유엔 총회에서 다뤄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질문2):  북한은 일본 당국의 조총련 중앙회관에 대한 조사를, 일본 내부의 법적,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조총련을 붕괴시키기 위한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으로 보고 전방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원산, 평양에서 잇따라 군중대회를 개최해 일본 당국을 성토하는가 하면 재중조선인총연합회 등 해외 친북단체들을 동원해 ‘일본 당국은 총련에 대한 탄압을 당장 중지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인터넷판에서 박 대사가 반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질문3): 북한당국은 국내에서 반일 여론을 조성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조총련 압박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조선신보를 통해서는 박 대사가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항의 편지를 보내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답: 네, 박길연 대사는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반 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 정부의 조총련 지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비난했었는데요, 그때도 북한의 국내 언론들은 이에 대해 침묵했었습니다.

(질문4): 그동안 북한 언론들은 역대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과 활동에 대해 북한에 아주 불리한 사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충실하게 보도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언론들은 지난해 12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임기 종료 직전에도 아난 총장이 일본 정부에 핵무장 시도를 비난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보도했었습니다.

그런데 반 총장이 취임한 후에는 지금까지 단 한번 유엔사무총장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지난 6월23일 유엔주재 이란대사가 반 총장에게 각서를 보내 자국에 대한 이스라엘의 위협 책동을 규탄한 사실을 보도했는데 반 총장의 이름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질문5): 반 총장이 취임한 지 7개월이 되도록 북한 언론들이 취임 사실 자체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반 총장의 취임 사실에 대해 북한이 침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자주 의지하는 최대의 국제기구인 유엔의 사무총장이 남한 출신, 그것도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담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반 총장이 취임할 당시, 백남순 외무상이 취임 축하 편지를 보내는 등 외교적으로는 예의를 지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