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밀반입되는 한국의 비디오와 같은 문화상품으로 인한 사회주의체제 붕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습니다.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또 북한 여성들이 1990년 후반 식량난에 따른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시장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도널드 맥킨타이어 타임지 전 서울지국장은11일 워싱턴에 소재한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으로부터 밀반입되는 한국의 비디오와 같은 문화상품이 일반 북한주민들의 의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킨타이어 전 국장은 이들 문화상품의 유입으로 북한주민들은 이른바 뉴스의 `행간을 읽는’ 등,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맥킨타이어 전 국장은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만난 한 북한주민은 ‘노동신문’사설을 통해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한 ‘2004년 북한인권법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2004)’에 관해 알고 있다며, 사설 행간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을 위한 미국의 진정한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의 관영 TV를 통해 선전용으로 보도되는 한국 대학생들의 시위장면에서도 북한주민들은 화면의 배경에 비춰진 한국 사회의 풍요로움을 읽을 수 있게 되는 등 많은 의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맥킨타이어 전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중국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불법 녹화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를 담은 비디오테입과 CD, 그리고 문화서적 등이 북한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화상품들이 평양과 개성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 DMZ 지역과 북한 내 작은 마을들에서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문화상품이 빠르게 유통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생기고 있는 의식의 변화를 북한 정부는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맥킨타이어 전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맥킨타이어 전 국장은 미국의 군사적 공격보다 북한에 더 큰 위협은 문화상품과 기독교 사상과 같은 이른바 `문화오염'이라며, 이에 대처하지 않으면 북한 사회주의체제는 “물에 젖은 벽돌 벽이 부숴지듯 와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는 당 간부 교육용 다큐멘터리를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당국이 문화상품으로 인한 주민들의 의식변화와 그로 인한 체제붕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맥킨타이어 전 국장은 말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또 북한의 시장경제는 70%가 여성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우드로 윌슨 센터의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윤미량 한국 통일부 과장은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굶주려 사망한 1995년부터 1998년 사이의 "고난의 행군" 이래 북한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윤 과장은 여성들이 이 시기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작은 수공예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고, 먼 지역에까지 행상을 나가는 등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북한 정권이 고난의 행군과 같은 시련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북한 여성들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윤 과장은 북한 여성들은 고난의 행군 이전에도 노동현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 외에 남편을 내조하고 자녀를 길러내는 유교적 의무를 감당하도록 교육받는 등 이중의 짐을 져야 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