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리소 완전통제구역 수감자들의 정신장애를 우려하는 전문가들과 인권단체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관리소 내 완전통제구역 출신으로 지난해 한국에 처음 정착한 탈북자 신동혁 씨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등 여러 적응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심각성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희극 영화배우 짐 캐리가 주연한 ‘트루먼쇼’는 자신의 모든 삶이 생방송되는 줄도 모른 채 인위적으로 꾸며진 세상 속에서 성장한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누군가로부터 통제돼온 자신의 삶을 발견한 뒤 진정한 자유을 향해 탈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꾸며진 세상이라도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자유를 갖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석방될 수 없다는 세계 최악의 북한 관리소 완전통제구역에서 지난 2005년 탈출해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신동혁 씨의 삶은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를 떠오르게 합니다.

14호 개천관리소에서 태어나 성장한 신동혁 씨는 그러나 통제된 세상이지만 맘껏 자유를 누렸던 트루먼과 달리 코흘리개 어린시절부터 강제노동에 동원되며 구타가 일상이 된 삶 속에서 공개처형을 빈번하게 목격했습니다.

10여년 전, 초점을 잃은 14살 소년 신동혁의 눈 앞에서 어머니와 형도 공개처형의 희생자로 사라져갔습니다. 

그런 악몽의 굴레를 탈출해 난생 처음 밟은 자유의 땅! 그러나 그의 정신세계에 먼저 찾아온 손님은 승리의 감회가 아닌 충격과 경직이었습니다.

(신동혁): “그 때(관리소에서) 생활하면서 매맞으면서 컸고 일 못하면 또 매맞고 그냥 그렇게 처벌받고 굶고 하면서 그런 것을 일상적인 삶으로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제로 나와서 생활해 보니까 그게 저한테는 큰 충격이더라구요”

(신동혁): “내가 이제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인가? 그런 의문도 들고 여러가지로 한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도 안나고, 또 내가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도 되나? 하는 의문도 들거든요”

신동혁 씨를 두 달여 동안 진료했던 천안 단국대학병원 정신과 이경규 교수는 신 씨의 증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경규 교수) “굉장히 정신적인 손상을 많이 입었죠. 그러면서 굉장히 긴장하고 말 그대로 정서적 둔화! 감정이라든지 이런 것을 느끼지 못하고 멍한 상태!”

이 교수는 신 씨가 전형적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말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사건 뒤에도 같은 상황을 정신적으로 다시 경험하는 등 악몽에 시달리는 장애현상을 말합니다.

신동혁 씨는 관리소를 탈출한 지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거에 대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동혁) ”지금도 종종 꿈을 꿈니다. 매를 맞는 장면이라든지. 어떤 때는 내가 바깥에 돌아다니다가도 갑자기 착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내가 관리소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거든요. 어떤때는 경찰이 옆으로 지가가면 나도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있습니다.” 

신동혁 씨는 탈북자들의 한국 내 사회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다른 탈북자들과 몸싸움을 벌인 뒤 입소 한 달만에 천안 단국대학병원 정신과로 보내져 두 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이경규 교수는 신 씨의  부적응이 깊은 불안과 공포로부터 베어나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교수)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이 오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늘 불안하죠. 자신을 괴롭힐 것 같구. 호모섹슈얼 공격을 받을때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혔으니까요. 인간 자체에 대한 신뢰감이 굉장히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신 씨같이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할 때도 여러 부작용에 직면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합니다.

(이 교수) “인간을 못믿죠. 첫째! 말 그대로 인간을 믿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안, 공포, 만성적 분노감! 어떤형태로든 표출이 되죠. 일순간에 폭발적으로 행동을 한다든가!”

일반 탈북자들은 대부분 자유세계를 경험한 후 북한 정부에 속아 살았다며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분노를 강하게 발산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그 누구보다 포악한 인권탄압에 시달렸던 신동혁 씨는 의외로 지금까지도 김정일 정권에 대해 별다른 악의나 분노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신동혁) “난 지금도 거기서 생활할때도..그냥 정부가 나쁘다고 생각안하고 우리가 그냥 죄를 졌기 때문에 그렇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었고….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김정일 정권이 나쁘다고 이를 갈정도로 그런 정도로까지는 아니구요.”.

전문가들은 신 씨의 이런 현상에 대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늘 관리소 보위요원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했고, 인간관계는 물론 선과 악에 대한 분별력 조차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신 씨의 주치의였던 단국대병원 정신과 이경규 교수는 신동혁 씨가 정상적인 판단력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이교수)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자체가 무너진게 아닌가싶어요. 현상을 이해하고 사회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자체가 손상을 입었죠.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 우리가 판단을 하려면 전체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할 것이고 느낄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조차 아예…. 경험자체가 뭐가 옳고 뭐가 그른 것에 대한 능력자체가 형성이 안되있는거죠”

신동혁 씨 본인도 그런 고민을 숨기지 않습니다.

(신동혁)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많은데 어느것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그런 부분에서 좀 고민이 많네요.”

신동혁 씨의 이런 증상은 단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신 씨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북한 관리소 완전통제구역 내 수감자가 20만명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때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일부 북한인권단체들은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과 경비원을 면담한 결과 완전통제구역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 80 개 이상 나라의 인권상황을 감시하고 있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석 북한담당 연구원은 북한 관리소의 인권탄압보다 더 심각한 곳을 지구상에서 찾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북한외에 그런 경우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내부에서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외부에서 알수 없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에서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수도 없고 , 제 3자가 가서 모니터를 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 이상 더 나빠지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의 적응실태와 심리상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전우택 교수는 신동혁 씨를 계기로 관리소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합니다.

“이 양반들은 정말 특수한 분들이고 완전통제구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세계적으로도 예가 많지 않을 것 같구요. 오히려 거꾸로 이분들에 대한 자료들을 지금부터 모으기 시작하면서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단국대학병원의 이경규 교수는 신동혁 씨의 증상이 심각해 퇴원 후 혹시 자살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북한인권단체의 지원으로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며, 한국민들이 이런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인면에서는 말 그대로 열린마음으로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마음! 공감을 갖고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도움을 줄려는 마음가짐! 그런 것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그 것을 교육시키고 헤쳐 나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인권단체들과 전우택 , 이경규 교수 등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 관리소 피해자들의 심리상태를 연구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세밀한 준비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하고, 아울러 미국도 북한인권법에 따른 예산을 이 분야 개선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