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미국의 영화 소식과 영화에 관한 얘기들을 나눠보는 ‘영화 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미국의 소리’ 방송 김근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근삼 입니다.

문: 지난 주에는 미국 영화 배우들의 정계 진출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셨는데,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오셨나요?

답: 네, 오늘은 미국의 전쟁 영화에 대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갑자기 왠 전쟁영화냐’고 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지난 봄 미국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두 편의 전쟁 영화를 연이어 내놨습니다. ‘Flags of our Fathers’, ‘아버지의 깃발’과 ‘Letters from Iwo Jima’,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라는 영화 입니다.

두 영화 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이오지마 섬에서 벌어졌던 미군과 일본군의 ‘이오지마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각각 미국인과 일본인의 입장에서 같은 전쟁을 바라본 작품입니다. 한 감독이 같은 주제를 같고, 서로 다른 시각에서 한 쌍의 영화를 만든 셈이죠.

이 두 영화가 이달 초 한국에서 한국어 자막이 들어간 DVD로 출시됐습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구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뉴스는 ‘이오지마’ 섬이 영화 때문에 세계의 관심을 모으면서, 현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섬 이름을 변경하자는 운동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주에 일본 정부가 섬이름을 ‘이오토’로 바꾸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합니다.

문: 영화 때문에 섬 이름을 바꿨다…왜 그랬을까요?

답: 네, 반드시 영화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구요. 영화가 계기가 됐습니다. ‘이오지마’의 원래 이름이 ‘이오토’ 였습니다. 둘 다 ‘유황섬’이라는 뜻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민간인만 살 때는 섬 이름이 ‘이오토’ 였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후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섬에 온 일본 군인들이 ‘이오지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45년에는 이 섬에서 한달간 미군과 일본군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서 일본군 2만명, 미군 7천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또 전후 몇년간은 미국이 이 곳을 점령하기도 했구요. 이후 섬이 일본에 반환됐지만 ‘이오지마’라는 이름과 또 전쟁의 상처는 일본인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영화가 개봉되면서 ‘이오지마’라는 이름이 다시 현지 일본인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일깨우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인데요, 그래서 섬 이름을 ‘이오토’로 되돌리기로 했다는군요.

문: 영화 때문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이후 섬의 이름까지 바꾸게 됐다니 영화의 영향력이 참 여러 방면에 미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쟁 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사실 북한에도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참 많지 않습니까? 미국 영화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답: 미국의 전쟁 영화와 북한의 전쟁 영화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죠. 바로 영화를 제작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점인데요.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지만 북한에서는 정부가 주도해서 영화를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실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성향이나 아니면 제작자의 예술적 감성 보다는 정부의 의도와 목적을 더 많이 반영할 수 밖에 없죠.

이런 측면에서 북한에는 ‘전쟁’을 영화의 한 장르로 분류할 수 있을만큼 ‘전쟁 영화’가 많지만, 대부분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우상화나 조국에 대한 충성심 강요, 혹은 군사 중심 정책을 미화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전쟁 영화의 소재는 달라도 전하는 메시지나 주제는 천편일률 적으로 비슷하죠.

하지만 미국의 전쟁 영화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 제작돼죠. 영화 제작자들은 관객이 좋아할 영화, 또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래서 전쟁 영화의 소재와 주제도 매우 다양하구요, 한 가지 전쟁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해석과 시각이 나올 수 있는겁니다.

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도 이오지마 전투를 주제로 서로 다른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답: 한 감독이 한 주제로 두 편의 서로 다른 영화를 거의 동시에 개봉했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특이한 현상이죠. 하지만 주제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그렇게 이해하셔도 됩니다.

만약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북한 영화 감독이었다면, 철저하게 북한의 시각에서 북한 중심의 영화를 만들었겠죠? 하지만 이스트우드 감독은 조국인 미국과 함께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총부리를 겨눴던 일본의 시각에서도 전쟁을 바라봤습니다.

또 단순히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쟁을 바라보기 보다는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의 가족에 대한 사랑 등 인간적인 모습, 또 전쟁이 일반인들에게 남긴 상처를 사실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이 평론가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미군의 입장에서 이오지마 전투를 바라본 ‘아버지의 깃발’ 보다는 일본군의 시각을 담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더 많은 인기를 끌었고 상도 받았습니다.

문: 미국에서도 전쟁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베트남전과 현재의 이라크 전 등 많은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또 영화에 담긴 메시지도 다양합니다. 때로는 미국의 국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메시지를 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을 그린 ‘지옥의 묵시록’  ‘7월4일생’ 등 전쟁영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은 대부분 전쟁으로 파괴된 인간성과 이를 통한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