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평양을 전격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의 방북 결과에 대한 평가 등을 서울의 김규환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서울 외교가에서는 힐 차관보의 방북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까?

답: 네,서울 외교가에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 성과로 꼽습니다.힐 차관보는 22일 “미·북은 ‘2·13합의’를 완전히 이행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힌 뒤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즉각 폐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고 핵시설 불능화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종전에도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송금 해결 후 초기단계 조치 이행에 착수할 것임을 공언해 왔고 BDA 문제 최종 해결 직전인 지난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함으로써 ‘2·13 합의’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습니다.하지만 북한이 힐 차관보를 평양에 불러 놓고 이같은 의지와 계획을 재확인한 것은 그 무게감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문: 그렇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기 위해” 6자회담 개최 등 북핵 상황이 빠른 속도로 호전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네,그렇습니다.예상대로 힐 차관보를 초청한 북한은 7월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과 7월 중순 이후 정식 6자회담 개최 방안 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따라서 힐 차관보와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한목소리로 전한 것처럼 7월초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7월초 회동이 성사되면 BDA 문제로 4개월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6자회담 진행표가 완전히 복원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특히 오는 26일쯤 IAEA 실무대표단이 입북해 북한측과 핵시설 폐쇄를 위한 합의를 도출해내면 비핵화 시간표가 매우 구체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7월 중순까지의 일정은 IAEA 실무대표단과 북한간 협의에 이어 베이징 6자 수석대표 회동 또는 비공식 회담,그리고 수석대표 회담을 전후한 6자회담 실무그룹회담 등으로 짜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또 6자회담 전체회의는 7월 중·하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문: 지난 2002년 이른바 제2차 북핵 위기를 불러왔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도 일부 진전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답: 네,그렇습니다.힐 차관보는 일단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습니다.힐 차관보는 고농축우라늄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북한 측과 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을 논의할 필요성에 대해 협의했다.”며 “‘모든’은 ‘모든’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핵 프로그램’의 개념에 반드시 고농축우라늄이 포함된다는 것이 미측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힐 차관보의 발언은 고농축우라늄 규명문제와 관련,김 부상과 깊숙한 협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측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온 기존 입장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상호 체면 손상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 논의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문: 남북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요?

답: 네,그렇습니다.한국 정부가 ‘2·13합의’에 사실상 연계하면서 묶여 있던 대북 쌀 차관 제공 선박이 이르면 이번 달 안에 북한으로 출발하면서 남북관계에도 순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수해 관련 쌀 지원물량 가운데 유보됐던 1만 500t을 오는 23일과 25일에 나눠 모두 보내고 2000만달러 가량을 투입해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한 식량지원에 나설 계획인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힙니다.6자 회담이 재개돼 가속 페달을 밟으면 남북관계도 속도조절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6자회담 관련국들이 방문외교를 통해 평양을 ‘공략’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류를 탈 조짐을 보이지만 한국 정부는 급류의 중심인 평양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신중론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BDA 해법을 모색하면서 한국수출입은행을 송금경로로 쓰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외견상 괄목할 만한 기여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특히 쌀 차관 제공 문제를 ‘2·13합의’ 이행 상황에 연계하는 등 6자 외교에 주력하면서 그에 따른 여파로 남북관계의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문: 이제부터 쌀 차관 제공 등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발걸음도 빨라지겠죠?

답: 네,그렇습니다.한국 정부는 22일 대북 식량(쌀)차관 제공 시기를 내주 초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이날 내주 초 발표할 내용에 대해서는 “첫 항차 시기를 포함해 전체적인 쌀 40만t 계획에 대해 밝힐 것”이라며 “수송에 4개월 정도 걸리겠지만 태풍이나 우천으로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언상 차관은 이어 “북한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해왔다.”고 소개한뒤 “쌀 지원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가급적 빠른 시기에 때에 맞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밥은 밥 때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첫 항차 시기가 유동적이지만 이르면 이달 안에,늦어도 7월 초에는 쌀을 실은 첫 배가 북측으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밖에 북한이 영변핵원자로를 폐쇄하는즉시, 5만톤의 중유도 북한에 제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