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북 핵 2.13합의 초기단계 이행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를 포함한 2 단계는 1단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해봤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방코델타아시아 BDA은행에 묶여있던 북한자금이 송금되면서 북한이 약속대로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의 감시와 검증 아래 무리없이 폐쇄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2단계는 1단계 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미국 국무부의 북한 담당관을 지낸 미 컬럼비아대학교의 조엘 위트(Joel Wit) 객원 연구원은 18일 “영변 핵시설 폐쇄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의 10%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2단계 조치에 따라 중유지원을 대가로 모든 핵 프로그램을 국제원자력기구에 완전하게 신고하고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그러나 2.13 합의문의 내용 자체가 애매모호한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을 비롯한6자회담 당사국들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위한 절차를 정하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계획의 정확한 목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당사국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계획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는 있지만 우라늄 농축 계획 보유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헨리 L. 스팀슨 센터’의 앨런 롬버그 (Alan Romberg) 선임연구위원은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개념정의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를 놓고 입장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북한의 핵시설을 재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불능화 작업으로 간주하지만 북한은 이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롬버그 위원은 “북한은 자국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쪽으로 2단계를 이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2.13 합의 2단계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앞으로 재개될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이 새로운 요구들을 들고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Larry Niksch)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원대한 새 요구사항들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대가로 1회성에 한한 1백 만톤의 중유지원이 아닌 무기한으로 연간1백 만톤의 중유지원을 요구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또 북한이 불능화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경수로를 건설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위트 연구원도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1백 만톤의 중유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며 북한이 경수로 건설과 같은 대규모 에너지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또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와 테러지원국 명단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이른바 ‘2류 시민’으로 보이게 만드는 명단들에서 삭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에서 먼저 진전을 이뤄야만 다른 문제들에서도 진전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 한미연구소장은 앞으로 초기단계 이행이 잘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BDA문제가 없어서 3개월 전에 이행됐더라면 탄력이 더 붙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오버도퍼 소장은 2단계는 어려운 단계가 될 것이라며 “불능화는 부시 행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달성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6자 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8일 “기술적으로 올해 안에 북핵 불능화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앞으로의 합의이행 과정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