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끝난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한국 정부의 대북 쌀 차관 제공을 둘러싼 논란 끝에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2.13 북 핵 합의 이후 탄력이 붙는 듯 했던 남북관계 전반에 부정적 여파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번 남북 장관급 회담이 결국 성과없이 끝난 배경은 뭐라고 봅니까?

답: 네,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의 식량난 탓입니다.한국 정부당국은 북한의 경우 170만t 정도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방북한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들도 1백만t 정도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올가을 추수기까지의 ‘춘궁기’를 극복하려면 외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셈입니다.이런 상황인 데도 한국측이 주기로 약속한 쌀 차관을 ’2·13’합의 이행과 연계시켜 미루고 있어 북한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죠.

문: 이번 회담 결렬로 앞으로 상당기간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죠?

답: 네,그렇습니다.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북핵 정세에 종속되는 현상이 굳어지면서 ‘2·13’합의 이행의 지체상황을 타개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가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죠.다시말해 남북관계의 한계와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면 됩니다. 더욱이 BDA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북·미 양자를 중심으로 6자회담 참가국 간에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있다는 점도 비관적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회담 3일째인 5월31일 이례적으로 이뤄진 이재정 한국 통일부장관의 노무현 대통령 면담입니다.이 면담이 북측의 쌀 합의 이행 촉구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북한측이 직접 청와대의 의지를 시험해 보려 했다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맥락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측 대남전략의 기조변화 가능성이 감지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핵 정세에 연동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확인하고 한국측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중심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남북관계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보면 됩니까?

답: 북 핵 상황과 맞물려 독자 행보가 어렵다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2·13합의’ 이행의 걸림돌인 북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송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도 겉돌 전망입니다. 그나마 막바지 절충을 통해 네문장짜리 공동보도문이지만 어렵사리 채택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풀이됩니다.하지만 공동보도문 내용이 알맹이가 없고 차기 회담의 날짜도 잡지 못한 탓에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문: 앞으로 남북관계를 점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사가 잇따라 잡혀 있죠?

답: 네,그렇습니다.앞으로 남북관계를 점칠 수 있는 시험대로는 ‘6·15 공동선언’ 7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14∼17일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입니다.현 상황으로서는 남북관계가 쌀 문제를 넘지 못했지만 북한측이 ‘6·15행사’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당국 대표단이 처음 참가한 200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까지 성사돼 1년여간 막혔던 남북관계와 북핵 정세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됐던 점에 비춰 한국 정부로서도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다음으로 경공업과 지하자원 협력의 향방입니다.오는 25일부터 함경남도 검덕·룡양·대흥 등 북측 3개 광산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하고 27일에는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500t을 시작으로 경공업 원자재 북송을 시작하기로 남북이 합의해 놓았습니다.

이에 앞서 8일로 잡힌 남북 군사실무회담도 관심거리입니다.북한측이 먼저 제안해 개최가 확정된 회담인 만큼 북한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내다보는 풍향계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며 간접적인 압박을 계속해오던 국면에서 이번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합의가 제대로 실천으로 옮겨질지 예단하기 힘들게 됐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질문)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해 전망해주시죠?

탄력이 붙던 남북관계가 지속될 지에 대해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일각에서는 ‘2·13’합의에 힘입어 대화가 재개되고 지난달 열차 시험운행으로 빠른 행보를 보이던 남북관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쌀 차관 때문에 다시 한번 경색될 가능성을 점치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은 원래 의제가 아닌 쌀 차관이 분위기를 좌우했습니다.북한측이 쌀 차관 합의의 이행만을 고집함에 따라 ‘평화정착’을 향한 한국측 제안은 공동보도문에 구체적으로 담는 데도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반면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채워졌지만 공동보도문을 채택해 파국을 막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과거 장관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못낸 적이 2001년 11월 6차 회담과 작년 7월 19차 회담 등 두차례 있었습니다.그 직후 각각 5개월과 7개월의 경색기간이 겪은 점을 감안하면 최악은 피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