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뚜렷한 전략은 갖고 있지 않다고 미국의 한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새 미국 재단’의 스티븐 클레몬스 외교정책 담당 국장은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안보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이라크의 불안정 상황이 북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관심을 계속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내년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화당과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합동토론회와 강연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지만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루 빨리 이라크를 안정으로 이끌고 미군을 조속히 철수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미국의 국가적 관심사이자 최대 쟁점이 돼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새 미국 재단'의 스티븐 클레몬스 국장은 22일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열린 한미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이라크의 혼란 상황은 근본적으로 북한에 대해 미국이 가졌던 국가적 관심사에 대해 큰 의문을 던졌다고 말했습니다.

클레몬스 국장은 부시 행정부 안에서는 북한에 대한 봉쇄정책 유지론과 핵시설 폭격, 포용정책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왔다며, 구체적인 노선을 확정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라크가 정책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최근 강경노선에서 포용책으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에서 실패한 외교정책의 성과를 일부나마 다른 분야에서 보상받겠다는 의도가 짙다고 말해왔습니다.

클레몬스 국장은 그러나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꾼 것은 포용정책으로 180도 돌아섰다기 보다는,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각각 나쁜 경찰과 좋은 경찰의 역할을 맡겼고, 현재는 라이스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의 유화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행정부 내 힘의 균형이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진보세력 뿐아니라 보수세력에서도 북한과 이란에 대한 부시 행정부 내 힘의 균형이 최근 라이스 장관 쪽으로 이동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보수주의, 네오콘 이론가인 리처드 펄 전 국방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허드든 연구소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부시 행정부가 미국의 적들에 대처하기 보다 달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미국의 외교정책은 이제 통제가 힘든 국무부에 의해 조율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펄 전 위원장은 그 배경에는 부시 대통령의 희망과 정부의 정책수행 사이에 깊은 단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클레몬스 국장은 22일 토론회에서 이라크의 불안정과 불신이 다른 나라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부시 대통령은 끌려다니는 스타일이 아닌 단호한 면모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클레몬스 국장은 민주당이 아직 북한과 관련해 뚜렷한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레몬스 국장은 일반적으로 민주당은 강경책이나 봉쇄정책 보다 현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포용 노선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이유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레몬스 국장은 쿠바와 시리아, 북한 등에 대한 유화책에 대해 공화당 온건파 의원들 뿐아니라 민주당 내 많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부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며, 당 내에서 외교정책 전략을 놓고 정치적 긴장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레몬스 국장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양한 정책을 구사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 역시 민주당의 대북 전략구축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클레몬스 국장은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안보전략을 무리 없이 다루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전략을 채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런 배경 때문에 부시 대통령에 대해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이라크 문제 등으로 한동안 북한과 관련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