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21일, 악명높은 정치범수용소 운용 등 반인륜적 범죄에 책임을 물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국제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리덤하우스는 이날 서울에서 발표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관리소와 정치범 교화소의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호크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국제사회는 김정일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21일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반인륜적 행위들을 조사한 새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잔인함의 집결’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북한의 관리소와 일부 교화소 등 정치범 수용소 내 수감자 사망률이 과도하게 높고, 아울러 연좌제 등으로 무고한 희생자들이 탄압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여성 수감자들의 경우 경비원과 관리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등 강간과 강제 매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리덤하우스의 토머스 멜리아 사무총장은 21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는 이같은 잔인한 정치범수용소 운용 등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조치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국제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멜리아 사무총장은 지난 1994년 발생한 르완다 대학살과 관련해 국제특별재판이 열렸던 것처럼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도 국제형사재판소(ICC)와는 별개의 국제특별법정이 개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재판에 회부하자는 움직임은 최근 1~2년 사이에 국제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강력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주민보호 실패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던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와 국제법률회사인 DLA 파이퍼 미국지사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식량난에 따른 기아방치와 그로 인한 북한주민들의 고난, 그리고 정치범수용소 운용 등은 인륜에 대한 명백한 범죄행위로 국제법에 위배된다며 강력한 조처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유럽의 일부 인권단체들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는 데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정치범수용소 운용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전면 부인하면서,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는 내정간섭이자 정권붕괴를 위한 일부 나라들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프리덤하우스의 새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호크 국제사면위원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전 미국지부장은 1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기 위해서는 몇 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크 씨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은 2002년 7월 이후의 범죄행위만을 기소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따라서 보다 많은 새로운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몇 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북한 정치범수용소 관련 보고서들은 대부분 2002년 이전에 정치범수용소에 복역했던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기소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호크 씨의 설명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1998년 7월 유엔에서 채택돼 2002년 발효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따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됐으며 대량학살과 전쟁, 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책임자들을 재판하는 독립적인 국제재판소입니다.

2개항으로 이뤄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제 7장은 국내법을 위반하고 살인과 고문 강간 등 범죄를 자행한 정부 책임자 등에 대해 특별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폭로한 책 ‘감춰진 수용소’를 펴낸 호크 씨는 지난 4년 동안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개선 노력은 진전됐지만 정치범수용소를 포함해 북한 내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호크 씨는 최근 한국에 입국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을 분석한 결과 북한 정부의 수용소 환경 개선 노력을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호크 씨는 이번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날로 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북한 정부에 대해서는 관리소 등 정치범수용소의 운용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도록 촉구하기 위해 작성됐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내 탈북자 연합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는 21일 프리덤하우스와 한국 인권단체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지난해 지하핵실험 당시 관리소에 수용된 정치범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북한이 2000년 이후 기독교인들을 간첩죄로 처벌하라고 내부 지침을 내린 이후 관리소 내 기독교인들의 수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