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나름대로 확고한 국가안보 전략을 갖고 있으며, 속도는 느리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의 북한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동북아시아 정보분석 담당관인 존 메릴 박사는 17일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가재건을 위한 보다 큰 그림을 위해 막판에는 핵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해 언급할 때 흔히 ‘변화가 없는 운둔의 블랙홀,'  또는 `국가의 미래 전략 없이 전술에만 급급한 나라’ 등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에서 오랫동안 북한 관련 정보를 다뤄온 동북아시아 정보분석과장 존 메릴 박사는 그런 시각들이 부정확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메릴 박사는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김정일 정권의 정책은 세 차례 변화했다며, 1차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국가 안정화에 집중했고, 2차는 1990년대 후반 법과 제도 개정 등을 통한 국가권력의 재정비 시기, 그리고 3차는 2000년대 초반 부터 현재까지로 국가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으며 강성대국을 추구하는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메릴 박사는 특히 3차 시기에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등 경제개혁 노력과 인민 우선 정책, 핵실험 등 국가재건과 부흥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행정부 내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인 메릴 박사는 이런 움직임들로 미뤄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을 재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을 뿐아니라 북한이 최근 표방하는 네 가지 요소는 김 위원장이 국가안보 전략을 갖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메릴 박사는 네 가지 요소로 경제개혁과 특정 국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360도 외교, 인민을 위한 인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정치사상 강국 건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군대를 지적하고 이 네 가지 요소는 의자를 받히는 네  다리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정치사상과 군대, 당 순서로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례를 깨고 경제를 최우선 순위로 꼽으면서 인민생활의 향상이 북한당국의 최고 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메릴 박사는 북한을 고래싸움에 끼인 새우에 비유하면서, 경제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한국 등 강대국들 틈에서 국가를 재건하고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경제개혁과 다양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북한도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메릴 박사는 경제부흥 없이 인민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구사할 수 없고, 안정적인 외부환경이나 지원 없이 경제재건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경제발전 없이 강력한 군대를 상상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들 네 가지 요소는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메릴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소수의 핵무기 뿐아니라 자신이 의제로 설정한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걸림돌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바로 이런 점 때문에 6자회담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외부의 압박에서가 아니라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 스스로 결정한 의제 때문에 핵 포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릴 박사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가 보다 대의적인 것을 성취하겠다는 결심을 하면 결국 마지막에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메릴 박사는 최근 해임된 박봉주 전 내각총리와 관련, 북한 지도부 사이에서 돈과 이념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그가 정부 직책에서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것은 북한이 계속 경제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18일 박봉주 전 총리가 북한 최대 화학공업단지인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의 지배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