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만에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남북관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외교가에서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북한의 BDA(방코델타아시아) 자금 송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북핵 ‘2·13 합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측이 남북관계를 북 핵 문제의 진전 정도와 연계하지 않고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미국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성공리에 끝나면서 서울에서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크게 호전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죠?

답: 네 그렇습니다.반세기가 넘도록 달리기를 갈망하던 남북 열차가 17일 힘찬 기적을 울리며 냉전의 그늘을 벗어나 분단의 한을 뛰어넘고자 다시 이은 한반도의 허리를 오르내렸다며 통일에 큰걸음으로 다가섰다고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입니다.

이재정 한국 통일부장관은 경의선 기념행사에서 “한반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적 물류망을 형성해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남북 화해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문: 하지만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남북관계에서의 ‘속도조절론’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답: 네,그렇습니다.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4일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같이 가야 한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한과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국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지켜보면서 한미 간에 시기문제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16일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남북화해협력과 6자회담 합의이행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속도조절론’을 지원했습니다.

문: ‘속도조절론’에 대한 서울 외교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네,서울의 외교 소식통들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한 외교소식통은 “한반도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기본 시각,그리고 전략적 이해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다시 말해 민족분단 현상을 깨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과 세계전략 차원에서 북한을 관리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습니다.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한국에 속도를 조절해달라고 요구한다는 시각은 너무 단선적이고 갈등지향적이다.”고 우려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속도조절론’에 대해 한국 정치권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답: 네,한국 정가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습니다.범여권은 남북 철도 연결을 계기로 내친 김에 남북정상회담까지 추진해야 한다며 가속화를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등 야권은 정상회담 추진 등 남북관계를 가속화하는 것은 대선 고지를 선점하는데 이용하는 전략이라며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17일 “8.15 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반드시 열려야 한다.”며 “통일열차가 남북을 가로질러 가는 마당에 남북정상회담을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독일 베를린을 방문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8.15 이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남북열차 시범운행과 관련해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국제 분위기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빨리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반세기 만에 끊어진 철도를 잇는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그러나 남북열차가 제대로 된 통일 열차가 되려면 과속으로 탈선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속도조절론’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궁금하군요?

답: 네,한국 정부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입니다.한국 정부측은 6자회담 등 북핵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 등이 가세해 정부 전략을 숙의한 결과 대략 ‘6자회담의 진전과 남북관계의 진전을 병행,또는 선순환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16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은 6자회담 비핵화 진전과 남북관계 진전이 상호 선순환구조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면서 “그 문제는 한국 정부가 판단해서 취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측면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