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종교 통계 관련 웹사이트가 최근 북한의 주체 사상을 세계 10대 종교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주체 철학을 사상이 아닌 종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라는 주체원리가 북한에서는 수령이 주인이 돼 모든 것을 결정하는 수령 우상화로 변질됐기 때문에 종교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특히 북한의  주체사상이 기독교 교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종교 통계 관련 웹사이트 `애드히어런츠 닷 컴'(www.adherents.com) 은 최근 세계에서 신자가 가장 많은 10대 종교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1위는 기독교로 21억명, 이슬람교가 13억명으로 2위를 차지한 가운데 북한의 주체사상이10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주체사상을 따르는 추종자는 1천 9백여만명으로, 자연의 영혼 등을 숭배하는 정령숭배(Spiritism)와 유대교, 불교 보다 신도수가 더 많다고 밝혔습니다.

애드히어런츠 닷컴은 주체사상을 종교로 분류한 이유에 대해 `주체는 북한 당국이 북한에서 유일하게 허용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라며, 사회학적 관점에서 주체는 분명 종교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크리스천 대학의 김요한 교수는 최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주체는 북한에서 삶의 방법 그 이상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북한의 김일성 부자는 주체와 기독교, 그리고 영적인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초월적 믿음을 혼합한 종교집단의 중심체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마치 가족이 죽은 것처럼 통곡하고 참배를 위해 길게 줄을 선 것은 서방사람들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모습이었다며, 이는 종교행위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주체사상과 종교의 연관성에 관한 책을 집필했던 미국인 종교학자 톰 벨키 씨는 북한은 그들만의 성지를 보유하고 기념식을 갖고 있고, 배타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동시에 하나의 사상을 교리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공산국가라기 보다 종교국가로 정의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유일사상체제 10대 원칙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를 무조건 접수하고 그것을 자로 하여 모든 것을 재어 보며 수령님의 사상 의지대로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이주일 씨는 그러나 오늘날의 북한 주체사상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본연의 철학적 원리에서 벗어나 수령이 모든 것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수령우상화 주의로 변질됐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고 이를 추동하는 힘도 인민대중에 있다는 게 주체의 중심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김정일은 이런 민주주의적 철학 원리를 수령은 머리, 인민은 팔다리 라는 유기체론으로 뒤바꾸고 수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상한 사회로 변질시켜 종교화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런 논리를 통해 북한은 실질적으로 주체를 부정하고 주민들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절대 복종하는 정신적 불구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주체사상을 마르크스주의의 북한판으로 규정하며 종교라기 보다는 세속적, 윤리적 철학에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종교학자들은 북한의 체제와 수령화가 기독교의 교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캔터키주에 있는 남침례교 대학에서 북한 종교를 연구하는 하지훈 목사는 북한은 기독교 원리를 본 딴 수령 독재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말합니다.

“사실은 주체사상이라기 보다는 수령에 의해 지배되는 수령교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가지 종교 현상 중의 하나가 경전이 있어야 하고 교리 및 신정체제가 있어야 하고 또 그 것을 지탱해야 하는 종교 양식이 있어햐 할텐데 그런 것들을 대부분 기독교에서 따왔다는 거죠.”

하 목사는 교리는 주체사상과 사회정체적 생명체론, 그리고 유일사상 체제 확립 10대 원칙 등이며, 특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삼위 일체론 즉 성부와 성자, 성자론이 수령체제에 깊숙히 뿌리박혀  있다고 말합니다. 

 “삼위일체라고 얘기할 때 당에서도 수령과 당과 인민이 삼위일체라는 기독교적인 용어를 쓰고 있고 당은 수령의 뇌수의 손과 발이 돼야하고 그래서 수령과 당, 인민은 사실 교회론에 보면 바울의 교회론과 유사하고….”

북한의 영생탑에는 “경애하는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쓰여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북한정권이 만든 사회주의 생명체론에서 수령은 죽지 않고 영원하다는 영원불멸론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런 신화적 문구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기독교의 영생론과 매우 유사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외삼촌이 목사였다는 배경 역시 북한 정부가 이런 종교적 성향의 수령화 교리를 완성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많은 종교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