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국 이민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탈북자 4백여명의 단식농성을 계기로 태국 정부가 탈북자들이 대거 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주재 태국대사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회견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북송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북한인권 관련 비정부기구들은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당부하는 한편 태국 정부에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감사와 성의를 표시하는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태국은 국제난민협약 가입국은 아니지만 그동안 대체로 탈북난민들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펴왔습니다.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은 태국주재 한국대사관과 탈북난민지원 비정부기구들의 보호 속에 아파트나 임시 거처 등지에 거주하며 한국행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8월과 10월 태국 당국이 2백66명의 탈북자들을 체포해 이민국수용소로 보내고, 지난 2월부터는 제 3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반드시 당국에 신고한 뒤 난민수용소를 거쳐야 한다는 새 지침을 내리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열악한 수용소 환경 등에 불만을 품은 탈북자들이 조속한 한국행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일부 태국 정부 관리들은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언급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탈북자 구출 활동을 하고 있는 인권운동가 김상헌 씨는 태국 당국의 탈북자 움직임은 탈북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상헌)“현재로 봐서는 이상한 분위기가 돌고 있습니다. (태국 관리들 사이에) 탈북 동포에 대해 몰이해적인 사고방식이 상당이 많이 퍼져있습니다.”

3년여 전 베트남을 경유하는 한국행이 사실상 차단되고 중국 당국이 몽골 국경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최근 북한과 버마가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하면서, 태국은 이제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난민들의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주재 태국대사관의 송삭 사이체우아(Songsak Saicheua) 공사참사관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대량 입국으로 인한 여러 혼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이체우아 공사참사관은 탈북자 수가 적었을 때는 조용히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현재 태국 정부는 탈북자 수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국 언론들은 탈북자들의 태국 입국은 인신매매와 연관된 브로커들이 개입돼 국경의 질서를 혼란하게 할 수 있으며 국내 수용시설 부족과 법질서, 외교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는 문제라며, 태국 당국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이체우아 공사참사관은 그러나 태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중국처럼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이체우아 공사참사관은 강제 북송을 하지 않는 것이 정부의 공식정책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태국 정부의 일반적인 정책은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북한인권 비정부기구들 사이에서는 태국 정부가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변경지역에서 체포한 탈북 난민들을 라오스나 버마로 돌려보내는 등 3년 전 베트남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북한인권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사무국장은 그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태국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태국대사관을 방문한다든가 기타 다른 동남아시아 대사관을 방문해서 탈북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회를 드리고 고마움의 표시도 하고, 특히 탈북동포들이 그런 고마움을 표시한다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북한인권 운동가 김상헌 씨 역시 탈북자 문제의 본질을 태국 정부에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문제를 잘못 파악한 데서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태국을 깔보고…태국을 어떻게 보는거냐? 지금 이런 얘기거든요. 그래서 태국에 이 문제의 본질을 알리는 캠페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헌 씨는 한국 정부나 비정부기구가 한국에 시집 온 태국 출신 며느리들에 대해 호의적 행사를 여는 등 여러 행사들을 계획하고, 태국 언론들을 통해 탈북난민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제대로 알려야 태국 정부의 탈북자에 대한 강경책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한국 내 일부 비정부기구들은 현재 이런 행사와 운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태국 총리 등 고위 관리들에게 탈북자 보호 촉구 서한을 보내고 있는 자유북한연합 등 미국의 일부 인권단체들은 태국 당국이 탈북난민들에 대한 압박정책을 강화할 경우 이에 항의해 관광금지 등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국장은 그러나 압박은 태국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에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태국 정부보다 한국 정부에 더 압박을 가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태국이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한국으로 꾸준히 보내준 과거를 보면 북한으로 송환하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외교력과 정부 의지에 따라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들어 오는 속도 등 여러 문제점들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태국 일간지 ‘네이션’은 지난해 11월 사설에서 태국 정부가 탈북난민과 관련해 직면한 현실들을 지적하면서,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한국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태국 당국으로서는 국내 법질서를 위해 정책을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대북화해와 포용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탈북자 문제는 조용히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 태국 내 탈북난민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지 불투명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군부 쿠데타를 통해 들어선 태국 정부가 탈북자 강제북송 등 과도한 압박정책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네이션’지는 태국 정부는 특히 미국 의회가 인권 문제 등을 빌미로 쿠데타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탈북난민 문제는 그러나 언제든지 당사국의 이해논리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출입국 여부의 열쇠 역시 당사국이 쥐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없는 한 중립국 태국의 탈북자 정책은 언제든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