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도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지 못하게 됐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데니스 와일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26일 밝혔습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에 따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의 북한자금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2.13 합의 초기 조치 이행 문제와 앞으로의 북 핵 6자회담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미국의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6일 미-일 정상회담에 관해 설명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올해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되게 됐습니다. 미 국무부는  다음 주 초에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으로 그 이듬해인 1988년에 미국이 지정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후 정상적인 금융거래나 교역, 경제지원 등에 지장을 받으면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은 북한은 그동안 미국측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북한 핵 계획 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를 담은 2.13 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으로부터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 참석했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이미 미국과 합의한 문제라며 두고 보면 차차 풀릴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고,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회의가 건설적이고 실무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올해는 테러지원국에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는 21세기 최대의 동맹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강력한 정치적 문제로 제기하는 것이 꼽히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 방문에 앞서 지난 22일 도쿄에서,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강철같은 의지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쇄 봉인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등 2.13 합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올해 테러지원국 명단 보고서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면서 납치 문제를 테러 문제의 하나로 본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인 납북 문제를 테러지원국 지정의 주요 원인으로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납북자 문제 해결과 맞물려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지연되는데 따른 불만을 어떤 식으로든 표출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6자회담 진전에도 크고 작은 난관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북한을 앞으로도 무한정 테러지원국 명단에 남겨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의회와 관계없는 행정부의 재량사항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결심하기에 따라 시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BDA 문제 해결 이후 영변 원자로 폐쇄 봉인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초청 등 초기 이행조치에 나서고 , 이어 다음 단계인 불능화 조치로 넘어갈 경우 미국은 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