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에 대한 김정일 정권의 보호 실패는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습니다. 제 4회 북한자유주간 첫 날인 23일 국제법률회사인 `DLA 파이퍼' 워싱턴 지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개입만이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과 셸 마그네 본데빅 전 노르웨이 총리, 그리고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 보스턴대학 교수는 ‘(북한주민) 보호 실패: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행동 촉구’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동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비정부 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와 국제법률회사 DLA 파이퍼 미국지사가 공동작성한 이 보고서는 북한정권의 인권탄압과 자국민 보호실패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 정부는 국제기구들의 자유로운 북한 접근과 취약계층 접촉,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의 북한 방문 허가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정부가 이런 요구조항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안보리가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아울러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 작성의 실무를 담당한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데브라 리앙 펜톤 사무국장과 DLA 파이퍼의 제라드 젠서 변호사, 그리고 한국의 탈북자 단체 지도자들은 어제(2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 민주화를 위한 유엔 안보리의 개입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젠서 변호사는 많은 인권단체들이 북한 정권의 자국민 인권보호 실패에 대한 국제법 대응 조치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발생한 북한의 대량 아사 사태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유엔 대량학살협약(Un Genocide Convention)을 적용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젠서 변호사는 북한의 대량 아사 사태는 자체 대량학살(Auto Genocide) , 즉 자기 민족이나 국민들끼리 서로 학살한 정치적 학살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인종이나 종족 또는 종교적 집단에 대한 보호로 한정돼 있는 유엔 대량학살협약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대량학살협약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교훈을 얻은 국제사회가 1948년 비준한 협약으로 북한 등 137 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이 협약은 그러나 당시 대량학살을 행한  전례가 있는 옛 소련의 반대로  정치적 집단 범주가 제외돼 반쪽짜리 협약이란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국제법률회사 DLA 파이퍼 미국지사의 젠서 변호사는 그러나 식량정책에 따른 기아방치, 그로 인한 북한주민들의 고난과 정치범 수용소 운용 등은 인류에 대한 명백한 범죄행위로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젠서 변호사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이런 행위들은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국제 대량학살협약 적용 여부와 관계 없이 명백한 보호 실패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젠서 변호사와 펜톤 국장은 따라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정부의 보호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위해 구속력 없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일부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런 법적 근거를 갖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젠서 변호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중국이 반대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중국이 찬성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젠서 변호사는 북한주민의 대량탈북 사태를 크게 우려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북한정권의 책임있는 정책과 주민보호 촉구는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이런 조치가 중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홍순경 탈북자동지회 회장은 북한의 빈곤과 인권 문제는 북한 주민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사소한 인권도 허락하지 않는 북한정권의 탄압과 의무 불이행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태국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으로 근무 중 지난 2000년 한국으로 망명한 홍순경 회장은 3억 달러에 달하는 강냉이 2백만t만 있으면 북한의 기아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 10여년 간 엄청난 돈을 북한에 지원했어도 상황이 변하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실패한 정권과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회장은 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탈북자들을 국제사회가 적극 보호하는 정책을 구사할 때 북한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자유주간 둘째날인 오늘(24)은 대북방송 활성화를 위한 방송 관계자들의 토론회와 북한 정권 붕괴 관련 토론회, 북한정권의 공개처형 등 인권 탄압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하는 북한 대학살 전시회 공식 개막식, 그리고 미국 의회에서 탈북자 관련 청문회가 열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