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이후 일본 내에서는 앞으로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춰야할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 언론계 등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 핵 비확산 전문가는 이같은 논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일본 내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더 자세한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센터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의 대니얼 핑크스턴 (Daniel Pinkston)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최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이 논문에서 일본 내 대북 선제공격 능력에 관한 논의를 촉구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로  아베 신조 총리를 꼽았습니다.

반면,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아직은 이르다고 주장하는 신중론자들의 대표적 인물로 아베 총리의 전임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지적했습니다.

일본 내 대북 선제공격 논의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의 가장 직접적인 공격 목표가 일본이라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공론의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닙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일본이 실제로 대북한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는 데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일본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갖출 수 있는 게 아니라며, 특히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논문에서 일본은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국방예산을 지난 2003년 부터 4년 연속 감축했다며, 무기개발 비용을 최대 걸림돌로 꼽았습니다. 또한,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거나 조달하더라도 일본 자위대에 무기체계를 다루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하기 때문에 배치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일본은 물론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협력 없이는 독자적인 공격 능력을  갖출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미국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고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미-일 동맹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게 핑크스턴 국장의 설명입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미국은 일본에 대한 무기판매가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균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판매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제정된 ‘평화헌법’에 따라 육군과 해군, 공군의 전력을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자위대는 엄밀히 말하면 군대가 아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닙니다. 일본은 또 국가 간 교전권도 포기했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먼저 받아야만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동맹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저지할 수 있는 집단자위권이 헌법상 금지돼 있습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집단자위권을 허용하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제안보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지만, 주변국들은 일본이 군국주의를 부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지난 7일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이를 요격할 수 있는 실험을 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아베 총리의 취임 이후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격상하고 최근에는 수도권을 향해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 유도탄 PAC-3(팩 스리)을 처음으로 도쿄 외곽의 한 자위대 기지에 배치하는 등 방위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우려하는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일본 헌법은 앞으로 5년 내지 10년 안에 개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적국과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일본은 앞으로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과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에 의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핑크스턴 국장은 일본이 앞으로 헌법을 개정하게 되면 중국과 한국 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라면서, 일본은 주변국들에게 자국의 의도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